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안호종

프리랜서

'아이티는 흑인들의 공화국이다. 모든 아이티 시민은 피부색과 무관하게 흑인이다.'

-아이티 민주공화국 헌법 전문-

이 지구상에 과연 흑인들'만' 사는 나라가 있을까요? 없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흑인들만 살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한 때 프랑스 GDP의 70 퍼센트를 담당하기도 했던,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이티 라는 나라를 알고 계시나요? 중앙 아메리카의 작은 섬나라인데요. 강원도와 경기도를 합친 크기의 땅에 현재 약 1천100만여 명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삼림 벌채가 주요 수입원이었던 1700년대 이후 아이티는 프랑스 주도 하에 공격적으로 전 국토의 플랜테이션화가 진행되었습니다. 따라서 1700년대 후반엔 유럽에서 소비하던 커피와 사탕수수의 거의 절반을 아이티에서 생산했습니다. 그러나, 아이티는 지속적이고도 무리한 벌채와 플랜테이션 농장 확장 때문에 극심한 홍수와 기근에 시달립니다. 현재도 전 국토에서 삼림이 차지하는 비율이 2%밖에 안되는 사실상 허허벌판인 나라입니다. 따라서 자연재해에 굉장히 취약한 나라입니다. 필자는 10여년 전 학창시절 때, 대지진 후 진흙쿠키를 먹는 아이들을 보며 후원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 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 나라가 '아이티' 였습니다.

아이티 입장에선, 설상 가상 1800년대에 들어서며 브라질이 커피사업에 뛰어들며 커피값의 대 폭락이 시작되었고 나라가 비운의 대로를 걷는 듯 싶어 보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만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프랑스 시민혁명' 이었습니다. 저 먼 곳에서 들려온 자유에 대한 의지와 열망은 이들에게 '자유 아이티인'이라는 기치를 가슴에 품고 독립열망을 불태우게 만듭니다. 자유라는 쓰나미가 작은 섬나라를 덮치고 있는 때, 프랑스에서는 민주정이 들어선 후의 혼란한 정국을 제패한 자가 있었으니, 바로 나폴레옹 이었습니다. 혁명은 했으나 아직도 전근대 제국주의 패권국가였던 프랑스는 그들의 선택적 '자유'를 위해 막대한 부를 창출시켜주는 아이티를 놓지 않고 싶었습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폴란드인들로 구성된 용병들을 아이티 진압을 위해 파병합니다.

허나 폴란드인들이 이 섬나라에 도착하고 보자 아이티 의용군들은 그들이 생각하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반란군인줄 알았던 그들은, '라 마르세레즈'(프랑스 혁명 때 혁명군이 부르던 노래)를 부르며 싸우는 혁명 의용군 이었던 것입니다.

사실 폴란드도 19세기 후반 프로이센, 러시아, 오스트리아 3국에 계속해서 침공당해 1795년부터 그 3국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폴란드는 결국 1918년 독립). 폴란드 군인들은 반란군인줄 알고 있던 흑인 의용군들이 사실은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는 혁명군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아이티인들과 연합해 오히려 아이티의 독립을 위해 프랑스와 싸우고 결국 아이티가 독립을 하게 됩니다. 똑같이 제국주의 열강에 침입당한 나라의 군인으로서, 같은 '입장'이 되어 가슴이 끓어올랐던 탓이겠지요. 아이티 또한 이들의 은혜를 잊지 않고 공덕을 기리기 위해 헌법 전문에 그들의 활약을 알 수 있도록 명시해 뒀던 것이죠.

물론 지금까지도 잦은 자연재해와 쿠데타, 내전등으로 인해 황폐화 된 나라이지만 분명히 뜨겁게 타올랐던 불꽃같은 나라. 아이티에 관심을 가져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