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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종

프리랜서

미국 유수의 대학 중 하나인 예일대학교에서 분자생물 물리학 및 생화학 겸임 교수로 재직중인 칼 짐머는 한 저작 중 '첫 딸이 태어나, 아이가 웃을 때 아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고 회고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저작 <웃음이 닮았다>에 나온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저자는 나이지리아인, 중국인 그리고 유대인인 자신으로 연구를 했는데요. 겉모습이 확실히 구분되는 이 세 '인종'이 과연 '유전적으로도 구별될까?'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미국 뉴욕 소재 유전체 센터에서 2주에 걸쳐 두 지원자와 자신의 유전체(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를 합성한 단어로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모든 생명현상을 조절하는 유전 물질(혹은 정보)을 통합해서 부르는 명칭)를 분석했는데요.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약 30억 개의 DNA 염기쌍 가운데 피부색, 체질 등을 결정하는 0.1% 가량의 단일염기변이(SNP single nucleotide polumorphism 어떠한 유전자의 단일염기가 치환되는 것. 즉 SNP 연구란, 개인마다 일정한 염기서열 패턴이 있지만 이 패턴중 일정 구간 혹은 특정 염기가 변화됨에 따라 서로 다른 인간에게 발생하는 유전적 변화가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는 것. 즉,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일정한 염기 서열 패턴중 특정 부분의 변화로 인해(유전자의 기능적 변화로 인해) 노화, 질병, 유전병, 피부색 등의 발현에 차이가 있는지에 관한 연구.) 355만 쌍을 비교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결과, 칼 짐머는 중국인 연구 지원자와 193만 쌍, 나이지리아 연구 지원자와 184만 쌍의 단일염기변이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말인 즉슨, 저자의 단일염기변이 중 83%가 나이지리아, 중국인 실험자 중 적어도 한 명의 유전체에 존재한다는 의미인데요.

다시 해석하자면, 사실 겉모습으로(피부색, 키)으로 '인종'을 구분짓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불합리한 '구분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본인의 저서 <웃음이 닮았다>에서 이렇게 반문합니다. "과연 '인종'이 인간의 유전적 다양성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냐"고 말입니다.

인종이 처음 '생물학적 유전에 의해 엄격하게 구분된 집단'이라는 현대의 개념으로 쓰인 것은 16세기 에스파냐 합스부르크가의 통치기부터 였습니다. 당시 귀족들은 자신의 피에 유대인의 피가 섞이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무지' 그 자체이지만 지금과는 개념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실 만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이 본인들에게 '열등한 다른 인종의 피'가 섞이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방법은 그 당시로선 차별과 혐오, 구분지음 정도이겠지요. '인종'이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차별·증오하는 개념으로 쓰인 것은 이때부터입니다.

무지에 의해, 본인의 우수함을 증명하기 위해 타 집단을 깎아내리는 것은 물론 집단주의의 한 타래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만, 비슷한 사례야 충분히 많은데요. 1854년 한 미국 교과서는 '백인종은 모든 인종 가운데 가장 고귀하고 가장 완벽한 인간형이다'라고 기술한 적이 있습니다.

더 가까이엔, 심지어 자국민일지라도, '공동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장애인들을 독살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매몰되어 있는 집단도 있었습니다. '독일인의 우수한 유전자만 후대에 남겨야 한다'는 나치가 벌인 1,2차 양 세계대전으로 인해 1천만명이 넘는 유대인들이 '인종청소와 교화'라는 명목으로 1천만 명이 넘게 숨졌습니다.

무지로 인한 비극은 이젠 일어나지 않아야 하지만, 학습된 선입견으로 인해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 관련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과 우리도, 우리와 그들도 유전적으로 보면 80% 이상이 똑같은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저자는 저서에서 또 이렇게 지적합니다. "신체 특징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보고 다른 유전자도 같은 패턴(신체 특징에 영향을 미친다고)일 것이라고 가정하는 건 잘못"이라며 "사람에게 신체적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루한 인종 개념을 고수한다면 눈에 보이는 차이와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를 모두 이해하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필자도 5월 초 즈음에 일본에 다녀왔는데요. 딱 봐도 일본인 같은 사람이 절반, 정말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구분이 안되는 사람이 절반이었습니다.

평화로운 길을 걸으며 우리는 왜 이리 서로를 싫어할까 생각을 해보았는데요.

우리가 그들과 다름을 끊임없이 증명함으로써 이득을 편취하는 집단에 의해서가 아닐까 잠깐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5월입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해외 여행도 많이 다니실텐데요. 다른 인종을 보더라도 '우리는' 80%가 넘게 같은 DNA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으니 조금은 더 친근하게 다가가 보는 것을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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