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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시

충북도 정책수석보좌관

"일본인은 싸움을 좋아하면서도 얌전하고, 군국주의적이면서도 탐미적이고, 불손하면서도 예의바르고, 유순하면서도 분개하고, 용감하면서도 겁쟁이고, 보수적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즐겨 받아들인다." 여류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가 1946년 미 국무성의 연구의뢰를 받아 일본의 이해를 위해 쓴 "국화와 칼"의 한 구절이다. 국화는 예술과 평화를, 칼은 전쟁과 폭력을 상징하며 일본인의 이중성을 모티브로 저술된 책이다. 미국과 일본과의 교류역사는 1850년대 구로후네(黑船) 사건 이후 200년이 채 안 되는 시점에서, 미국 역사상 단 한 번도 외침을 받지 않았던 미국이 태평양 끝자락에 있어 잘 알지도 못하는 일본에 의해 진주만 본토를 침공 당했으니, 종전 후 일본을 어떻게 대하여야 할지를 연구하는 것은 당연했을지 모른다.

반면 한일교류의 역사는 약 2천500여 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을 거쳐 한반도를 통해 일본으로 각종 문명과 문화가 흘러가 일본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것은 정설이다. 한일관계 상호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체로 한국은 전파자로, 일본은 수용자의 관계를 가졌다. 가끔 일본인들이 한국의 해안을 어지럽힐 때 그들을 왜구(倭寇)라라는 이름으로 단순히 도적떼로 부르곤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일본이 일찍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이고 1592년 임진왜란, 1868년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본격적인 근대화 과정을 겪으며 정치·경제·군사 면에서 조선을 압도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일제 36년의 식민지배라는 참혹한 역사로 종결되었다. 개방과 닫힘을 동시에 내세운 일본과 닫힌 세계만을 고집했던 조선과의 객관적인 결과였다.

3·1절은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준다, 근대적 무기를 갖춘 일본에게 단지 태극기만을 들고 국민들 모두가 독립을 위해 비폭력 저항을 했다는 점이다. 60년대 초 초등학교를 다닐 때 3·1절이면 으레 영화 유관순을 보곤 했는데, 내 또래의 사람들은 모두 유관순 누나라고 기억한다. 당시 가장 약한 존재였던 여성이 일제에 대항하여 독립을 죽음으로 항거하였다는 상징일 것이다. 3·1정신은 우리 국민들이 결코 외세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 지난 3일 간의 3·1절 황금연휴에 일본으로의 아웃 바운드 관광이 급증하였다. 이미 연휴 며칠 전부터 일본 관광 상품 예매율이 95%를 넘을 정도였다. 가까운 일본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저가항공사의 저렴한 항공료, 엔저로 인한 일본상품 구매력 증가, 달고 깨끗한 일본 음식 등은 일본관광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대표 광광회사인 하나투어의 경우 전년 동기에 비해 170% 증가하였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이다. 올 1월 통계만 보더라도 한국을 찾은 외국인 전체 관광객은 약 93만명 정도였는데, 일본으로 간 한국 관광객은 86만에 이르러 일본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34%에 이른다.

3·1절에 일본관광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3·1절에 일본관광을 민족정신에 반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비단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60대 이상에서도 다수 발견된다는 점은 이념과 관광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아야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관광수요는 1인당 GDP가 1만달러를 넘을 때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소득이 증가하면서 관광이 일상의 생활요소가 된다고 한다. 수요를 경제학에서는 "구매력을 가진 욕구의 경제적 표현"이라고 정의한다. 즉, 경제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을 때 관광에 대한 욕구는 거의 무한대로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념과 욕망이 충돌할 때, 인간은 어떻게 반응해 왔을까? 오랜 역사를 돌이켜보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인간의 욕망은 가둬놓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이념과 도덕적 기준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100년 후 3·1절에 일본 관광을 할 때 과연 순국선열에 대해 최소한의 죄의식이라도 가지게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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