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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5.23 15:23:02
  • 최종수정2023.05.23 17:13:50

정초시

충북도 정책수석보좌관

1992년 당시 40대 이상 여성들의 심금을 울린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아들과 딸"이다. 김희애가 후남 역을, 최수종이 귀남 역을 맡아 1960년대에 한국 사회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던 남아선호사상 속에서 한 여성이 차별받는 상황을 리얼하게 그린 드라마였다. 딸만 세 명 낳고 천금같은 아들을 얻었는데 불행인지 이란성 쌍둥이를 낳으면서, 딸로 태어난 후남이는 아들 귀남이에게 늘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였다. 귀남이에게 잘못된 일이 생기면 오롯이 후남의 탓으로 돌리는 등 후남은 오직 귀남의 성공을 위해 존재하는 부수적 인물로 그려졌다. 후남은 수많은 부당한 차별과 구박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하여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여, 결국 당당하게 작가로 성공하여 어머니와 재회한다는 해피 엔딩의 훈훈한 드라마이다.

이것을 후남의 입장에서 다시 살펴보면, 후남이는 귀남이보다 더 명석했으며 재능도 많아 적절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만 주어지면 성공의 길을 갈 수 있었으며,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해 자신의 재능은 묻혀 지고 말았다. 재능과 잠재력은 있었지만, 여성이라는 사회적 낙인효과로 인해 열등한 존재가 된 것이다. 우리는 후남이와 같은 사람을 "못난이"라고 부른다. 원래 못난이가 아니라 여성, 나이, 가난함, 학력, 직업, 지방에 산다는 이유 등 사회문화적 환경으로 인해 "어쩌다 못난이"가 된 것이다.

못난이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반상 신분 때문에 태어나면서부터 못난이의 운명을 가졌으며, 직업도 사농공상으로 못난이의 길이 정해져 있었다. 즉, 어떤 사람들에 대해 분류하고 사회적 상징화의 과정을 거치고, 여기에 이념의 옷을 입히면 사회적 정당성이 부여되며 못난이의 과정은 지속된다. 즉, 자신의 의지와 노력과 상관없이 못난이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의 가격이 상품의 우열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소비자들이 외면하리라고 생각하는 상품은 애초부터 버려지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되어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버려지는 것 속에 숨겨진 가치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늘 비교의 대상으로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보다 더 우월한 존재가 있는 한 못난이일지도 모른다. 못난이는 어쩌다 된 것일 뿐이다.

충북에서는 못난이 김치를 출시하면서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김치의 재료나 맛에서 볼 때 전혀 손색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생산비가 낮기 때문에 품질을 높일 수 있어 시장개척에서 매우 유리한 지점에 있다. 지난 달 충북 기업인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시장개척을 위해 독일과 영국 등지에 못난이 김치를 홍보하러 간 적이 있었다. 함께 출장 갔었던 기업인의 말을 빌리면 못난이 김치를 먹기 위해 줄을 설 정도이며 순식간에 샘플이 매진되었다고 한다. 필자가 1993년 미국 방문교수로 재직할 때, 청국장을 끓인 적이 있었는데 그 냄새로 인해 주민으로부터 신고를 당하여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아마 한국은 원조를 받아왔던 저발전 국가, 그리하여 열등한 문화를 가진 국가의 음식이라는 낙인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한국이 GDP 규모 10위·수출규모 세계 6위의 경제대국이며, 2021년 UNCTAD가 공식적으로 선진국으로 규정하는 등 한국의 숨겨진 가치가 드러나면서 과거엔 역겨웠던 김치를, 냄새만 맡고도 사기 위해 몰려오는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 주변에 어쩌다 못난이가 된 것이 김치뿐이겠는가? 충북의 많은 농산물도 있을 것이며, 충북의 호수와 댐, 산과 강 등의 충북의 모든 자연이 그동안 못난이의 자리에 있었다. 과거 충북은 한국사회의 발전과정에서 소외되어 왔던 트라우마로 인해, 충북에서 충북인으로 산다는 것이 못난이였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충북의 가치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각각 충북인의 가치를 발굴하고 더욱 증진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원래 못난이가 아니라 숨겨진 가치를 발굴하여 사회 속에서 제대로 인정받게 만드는 일,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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