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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7.18 15:28:34
  • 최종수정2023.07.18 15:28:34

정초시

충북도 정책수석보좌관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그리고 물의 이미지는 평화 그자체이다. 부드럽지만 도도하고 여유 있게 흐르는 모습, 묵묵히 느리게 흘러 가는듯한 모습을 보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물은 흐르면서 장애물을 만나면 싸우는 법이 없다. 오히려 더디지만 돌아서 그냥 흘러갈 뿐이다. 그러나 때때로 물은 파괴자의 모습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거친 물줄기를 뿜어내며 격랑을 만들 때면 마치 맹수의 포효처럼 분노를 쏟아낸다. 격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만나면 거침없이 파괴하고 쓸어버린다. 물이 지나치게 적으면 가뭄으로 큰 고통을 받으며, 동시 물이 너무 많으면 홍수로 인해 많은 피해가 수반된다. 물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만 동시에 큰 재앙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지난 7월 15일 아침 8시 30분경, 폭우가 쏟아져 미호천교 확장공사를 위해 쌓았던 임시가설 제방이 폭우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하면서 흙탕물이 삽시간에 쏟아져 나와 약 400m 떨어진 궁평2 지하차도를 급습하여 14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가고 말았다. 1시간에 쏟아지는 비의 양을 측정하는 시우량이 사고 당일 새벽 33.5㎜까지 치솟았으며, 누적으로 14일 171㎜, 15일 256.8㎜가 왔으니 충북의 2022년 누적 강수량 1,168.2㎜의 36.6%가 이틀에 걸쳐 내린 셈이다. 사고지점은 병천천과 미호강의 합수지점으로 강폭이 450~590m으로 흐르다가 이 지점에 이르러 310m 강폭으로 줄어드는 병목현상 때문에 예부터 수재해의 원인으로 지목 받았던 곳이다. 2017년 7월 15~16일 양 일간 기록적인 폭우로 청주의 석남천이 범람한 이유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지역의 병목현상에 기인한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복청 주관으로 청주에서 오송 간 교통량 증가 해소를 위한 미호천교 확장공사와 더불어 하천 병목을 해소하고자 하폭을 기존의 350m에서 610m로 확대하는 제방공사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었다. 기존의 제방을 허물고 새로운 제방을 완전하게 구축하기 전 임시 가설 제방을 쌓았는데, 그 구간이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약 25m 폭으로 붕괴한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제방이 붕괴하여 급류가 우회하면서 궁평2 지하차도에 도달한 시간은 약 3분 내외였을 것으로 추정하며, 6만t의 물이 지하차도를 가득 메우는 데는 10여 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궁평2 지하차도는 2019년에 완공된 비교적 신생 도로이어서 안전등급도 양호한 3등급이었으며, 배수펌프 4대가 시우량 83㎜의 용량을 펌핑할 수 있는 배수시설을 갖추고 있어 사고 당시 최대 시우량 33.5㎜에서도 잘 작동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하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부실한 가설 제방이 폭우 시 붕괴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지자체나 경찰 등 유관기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었다면 사고를 어느 정도는 예방하여 인명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과정은 경찰의 수사과정을 통해 낱낱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는 응분의 처벌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남은 과제는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이 책임을 우리 사회 모두가 짊어지는 것이다. 사고 책임의 공방을 벌이다보면 희생자들의 슬픔은 사라지고 분열과 갈등이 난무하는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라도 향후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치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모든 재난 대책의 중심을 정보는 다양한 분산 채널로 수집하고 대응은 단순화하는 통제 체계와 더불어 생명의 존엄성을 최우선 가치에 두는 치수대책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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