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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0.17 15:52:42
  • 최종수정2023.10.17 15:52:46

정초시

충북도 정책수석보좌관

신분 등 계급에 근거한 차별,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종교가 다름으로 인해 생기는 차별, 지역 및 국가 간 차별 등 많은 차별과 이로 인한 불평등한 일들이 있었지만, 인류 역사상 가장 보편적이며 뿌리 깊고 최근까지 이어져온 차별은 여성차별일 것이다. 물론 많은 차별과 불평등이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20세기 이전에 평등 및 보통 선거권을 가지는 정치적 측면에서의 성과는 있었다. 1848년 프랑스 남성에게 계급과 신분에 관계없이 보통선거권이 부여되었으며, 민주주의의 본산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1870년에 흑인 남성의 선거권이 부여되었으나, 여성의 경우는 1920년에 이르러서야 보통선거권이 부여된 것으로 보아 여성에 대한 선거차별이 가장 오래 이어져 온 셈이다. 아직도 여성학자, 여성 정치인, 여의사 등으로 부르는 것은 은연중 전문 직종에 여성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있음을 보여준다.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성별 소득격차를 연구한 공로로, 유대인이며 여성 경제학자인 클라우디아 골딘(Claudia Dale Goldin) 하바드 대학 교수에게 돌아갔다. 2021년 노벨 수상자는 최저임금의 고용효과와 저소득층 소득보전을 분석한 공로로 데이비드 카드·조슈아 앵그리스트·구이도 임벤스 등 3인이 공동 수상하였으며, 2022년에는 금융위기 해법을 제안하여 정책대안을 제시한 벤 버냉키·더글라스 다이아몬드·필립 딥비그 교수들이 공동 수상하였다. 최근 3년간 노벨상 수상의 공통 특징은 자본주의 경제가 보여주는 전형적인 위기적 증상들, 즉 불평등 심화 및 금융적 위기현상에 대한 인류 전체 공감의 결과로 보인다.

골딘교수는 약 200여 년에 걸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성별 소득격차의 추이와 원인을 규명하는 업적을 남겼다.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여성들의 임금소득은 경제활동 초기에는 남성과 큰 차이가 없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격차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 이유를 노동 강도는 높지만 고액의 보수를 받는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job)'는 남성들이 차지하고, 여성들은 출상과 양육으로 인하여 근로시간과 강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저임금의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결국 성별 소득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소득·고강도 문화를 디지털 기반으로 여성참여가 가능한 유연한 일자리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노동시장은 나라별로 각각 독특한 문화와 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표준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지만 골딘교수의 연구는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도 있다. 우리나라의 여성임금은 남성에 비해 68.9%로 OECD 국가 중에서 성별 임금격차가 최 상위권에 속한다. 더구나 여성들의 고용패턴을 보면 전형적인 M형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결혼과 더불어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아예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 재취업하는 전형적인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여성들은 육아와 가사에 대한 관심 때문에 생산성향상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전형적인 여성 차별적인 노동시장 문화로 인해 발생하며, 심지어 이것을 사회적으로 당연시하는 사고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겪는 최대의 위기는 낮은 출생률로 인한 인구소멸 위기인데, 이의 해결책으로 여성들로 하여금 전업주부로 출산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것은 봉건적 사고일 뿐이며,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비용)을 사회적으로 분담하여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노동 문화와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잠재성장률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인적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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