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흐림충주 25.2℃
  • 흐림서산 23.4℃
  • 청주 24.5℃
  • 대전 24.5℃
  • 흐림추풍령 25.6℃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홍성(예) 24.7℃
  • 흐림제주 29.7℃
  • 흐림고산 22.9℃
  • 흐림강화 22.9℃
  • 흐림제천 23.8℃
  • 흐림보은 24.4℃
  • 흐림천안 24.4℃
  • 흐림보령 24.3℃
  • 흐림부여 24.7℃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2.02.14 15:43:38
  • 최종수정2022.02.14 15:43:38

김정원

수필가

얼마 전,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커피숍 옆자리에서 세 명의 여학생이 앉아 얘기하는 걸 듣게 되었다. 무료하던 차에 들리는 학생들의 이야기에 한쪽 귀가 점점 커지고, 입이 근질근질 해져서 하마터면 그 학생들 사이에 비집고 앉아 주책을 떨 뻔했다. 이른바 '깻잎 논쟁'이라던데, 가볍고 사소해서 '논쟁'이라는 단어가 귀엽게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나와 나의 애인과 내 친구, 이렇게 셋이서 밥을 먹는 중에 반찬으로 나온 깻잎 김치를 내 친구가 먹으려고 젓가락으로 집는데, 자꾸 여러 장이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는 걸 보고, 애인이 젓가락으로 잡아서 깻잎 떼는 걸 도와주었다나. 그걸 본 나는 '기분이 나쁘다, 아니다, 아무렇지 않다' 혹은, 내가 그 애인 입장이라면 '떼는 걸 도와준다, 아니다 모른 척한다'가 논점이라는 거다.

셋 중에 머리가 짧은 학생이 "나는 상관 없어"라고 툭 던졌다. 그러자 "아니, 내가 옆에 있는데, 왜 내 친구한테 신경을 쓰는 거야. 난 기분 나빠서 절대 못 잡아주게 할 거야. 그게 그렇게 신경이 쓰인다면 친구인 나한테 잡아주라고 말을 해야지"라며 옆에 앉은 학생이 친구의 말을 받았다.

하긴, 그 말도 맞긴 하다. 아니면 양손으로 떼서 먹으라고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하나 더 꺼내 주어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깻잎 한 장 못 떼어서 애쓰는 걸 본다면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잡아주겠네"라며 머리 짧은 학생이 반론을 펼친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니겠냐고. 게다가 본인은 밥을 같이 먹으면서 자꾸만 달라붙어 올라오는 깻잎 한 장 잡아떼어주지 않을 정도로 무정한 사람은 본인 취향이 아니라고 한다. 매력이 없단다.

이 친구 말에 공감한다. 친하니까 밥도 같이 먹고, 밥을 같이 먹으니까 잡아줄수 있지. 물론, 연인 사이라는 게 애정의 독점이라는 전제가 깔리는 관계이긴 하지. 하지만 곤란한 상황의 친구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을 특별한 감정표현이라 단정 짓는 건, 파트너에게는 좁은 인간관계만을 강요하게 된다. 생각 해보라. 그대의 애인이 그대에게는 입안의 혀처럼 굴면서 다른 사람한테는 아무 연민이나 친절도 베풀 줄 모르는 차가운 사람이라면 좋을 것 같은지. 혼자 있을 때는 본인만 알다가, 애인 생기면 두 명 외엔 아무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바퀴벌레 커플을 우리는 밥맛 없다고 말하지 않나. 그러다 그들이 가족을 이룬다면 그들 가족만 아는 가족 이기주의가 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때, 우리는 두 학생의 전제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야 한다. 짧은 머리 학생은 두 연인 사이에 믿음이나 신뢰가 든든하게 자리 잡은 상태를 전제로 이야기한 것이고, 대립하고 있는 학생은 둘 사이에 신뢰가 부족하거나 없는 상황을 전제했다. 어쩌면 이 학생은 막 연애를 시작하는 중인지도 모른다.

학생이 말한 기분 나쁨의 원인은 내 존재가 소외됨에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럴 것 같은 마음이다. 그래서 지나친 집착을 애정이라 말하고, 과도한 헌신을 강요하고 강요받는 성숙하지 못한 연애에 얽매이게 된다. 그러니 점점 사랑은 어려워지고, 짧게 끝나는 연애이거나, 아예 시작하기도 귀찮은 채식남, 건어물녀를 자처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모가디슈'속 생존이 절박한 상황에서 마주한 저녁상에도 깻잎이 있었다. 남한대사 부인이 젓가락으로 떼고 북한대사 부인이 아무렇지 않게 잡아주던 그 뭉클함이 기억 난다.

마침, 말없이 커피만 홀짝이던 학생이 귀여운 처방을 내놓았다.

"애들아, 그만해. 다음에 우리는 이모님한테 깻잎을 다 떼어서 반찬 그릇에 동그랗게 올려 달라고 하자 응?"

"맛있는 깻잎은 죄가 없잖아."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