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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수필가

영화 '몬스터 주식회사'에서는 수없이 많은 문이 열리고 닫힌다. 모두가 잠든 밤, 벽장문을 열고 인간 세계에 몰래 들어와 아이들에게 겁을 주는 직업을 가진 설리와 마이크는 몬스터다.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모아 몬스터 세계에 에너지로 공급한다. 어느 날 잘 닫히지 않은 문 사이로 인간 아기 '부'가 몬스터 세계로 들어와 일이 꼬이며 사건이 벌어진다.

아기를 인간 세계로 돌려보내기 위해 설리와 마이크는 무진 애를 쓴다. 그들을 방해하는 몬스터들과 쫓고 쫓긴다.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들을 수없이 열었다 닫으며, 아기가 나왔던 꽃무늬 벽장문을 찾는다. 목숨을 걸고 아기'부'가 있어야 할 곳에 데려다 놓기 위해 몬스터 설리와 마이크는 셀 수 없는 문을 연다.

문을 열면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건, 상상만으로도 매혹적이다.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언제나 늙지 않는 잘생긴 도깨비가 문을 여닫으며 시 공간을 넘나든다. 문을 열면 단풍국이 나오고, 수시로 현관문을 열고 메밀밭을 드나든다. 문을 열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비루한 일상을 건너뛰거나. 노트북 자판 위의 esc를 누르듯, 있었던 일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는 마법이다.

마법이 통할 수 없는 현실. 지금 세상은 호환 마마의 계보를 잇는 전염병이 모두의 발을 묶고 있다. 문 안에 있어야 안전하다고들 말한다. 그동안 우리는 원하기만 하면 문은 언제든 열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고. 마음의 문은 항상 열고 있어야 너그럽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적인 마음의 문은 열어둔 채, 물리적 경계의 문을 닫아두기가 어디 쉬운가.

'문'이란, 독립적으로 있기보다 담이나 벽 등의 경계와 같이 있을 때 그 기능이 확실해진다. 또한, 그 경계를 기준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반면, 오래전부터 세계화를 부르짖은 지구 사람들은 경제는 물론 문화까지 시시각각 연결되는 삶을 살고 있다. 요 며칠 동안 최대 이슈는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양성 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덕분에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주가까지 요동치는 시간을 당연하게 살고 있다. 이렇듯 촘촘히 연결되어있는 세상에서 전염병을 전염시키지 않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어느 순간도 내 앞에 문이 닫혀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으니, 당장이 아니어도 급할 것 없는 여유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달라진 상황을 붙들고 허우적거리며, 불행하다고 느끼기에는 너무도 멀리 와 버린 것 같다. 전화기 너머 사람들에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만나자'는 허허로운 인사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건지 누구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문 너머의 세상을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을까. 보이지 않는 것이 주는 두려움과 그 두려움만큼이나 진득하게 들러붙은 우울함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다. 많은 일을 코로나 이후로 미루어놓고, 정작 지금은 무기력함에 빠져있다. 인간 아기 '부'가 몬스터 세계의 모험을 끝낼 수 있는 문, 집으로 돌아와 아무 일 없었던 듯 아침을 맞게 할 꽃무늬 벽장문을 우리는 더 이상 찾을 수 없나 보다.

이제는 마음 굳게 먹고, 도깨비의 문은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나, 아무리 문을 열어도 화사한 메밀밭은 펼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심호흡을 깊게 한 후 낮은 소리로 말해야 할지 모른다.

긴 연휴 마지막 날, 하릴없이 텔레비전 화면에 눈을 주고 있다. 화면 속 가을은 파란 하늘 위 구름 속을 떠돈다. 겨을을 준비하는 나무들은 가을을 사느라 분주하고, 길옆에 늘어선 억새 무리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빛난다.

아, 문밖의 모든 것들은 저토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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