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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수필가

"새벽이 오네요. 이제 가요. 당신은 나를 만난 적이 없어요."

뒤이어지는 가사는 잘 모른다. "새벽이 오네요. 이제 가요. 당신은 나를 만난 적이 없어요."

끈질기게 입안을 굴러다니는 이놈의 정체는 귀·벌·레.

이름이 귀벌레라고 귀에 사는 게 아닌 모양이다. 머리에 살고, 입안에 살면서 생각의 빈틈이 생겨 멍청해지길 기다리고 있다. 어떤 일에 바쁘거나 몰입해 있을 때는 죽은 듯 숨어 있다가 한숨 돌리고 쉬려 할 때, '이때다' 하고 달려들어 입안을 구른다.

오늘은 놈이 새로운 걸 물고 와 집요하게 나를 닦달한다. 아무래도 아침에 들었던 음악 때문에 나의 귀를 귀벌레가 점령했나 보다. 일어나자마자 습관처럼 켜 놓은 라디오에서 나온 노래이니 흘리듯 스쳐 지나는 음악에 제목이 무언지, 누가 불렀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오래전에 몇 번인가 들어본 적이 있는 정도다.

"새벽이 오네요. 이제 가요. 당신은 나를 만난 적이 없어요."

이별한 남자의 아픈 넋두리인가.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고 헤어져야 하는 연인. 이후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 된다는 건가, 만난 적이 없다는 건, 처음부터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자는 거겠지. 참 슬픈 일이겠다.

"새벽이 오네요. 이제 가요. 당신은 나를 만난 적이 없어요."

그렇지, 새벽이 와야 밤이 사라지는 법. 새벽은 얼마나 당당하게 오는가. 밤의 어둠과 부조리함은 빛을 무서워하지. 잘못 만난 인연들은 날이 밝기 전에 어서 집으로 가야지. 끝이 보이는 사랑은 사랑할 때조차도 제빛을 내지 못하거든.

"새벽이 오네요. 이제 가요. 당신은 나를 만난 적이 없어요."

아! 어쩌라고, 이어지는 가사라도 알면 시원하게 불러라도 볼 텐데, 노래의 이 구절이 귀에 꽂힌 이유라도 있는 걸까, 아무런 느낌 없이 웅얼거리는 이유를 도통 알 수 없다, 보통의 귀벌레는 빠르거나. 아무 의미 없이 반복되는 후렴구에 꽂히게 된다는데, 이게 웬일인지. 아침부터 이별의 넋두리라니, 멜로디마저 가라앉아 흐느적거리니, 한마디 불러놓고 심각해지고, 또 불러보니 우울해진다.

인터넷을 뒤적여 들어보니, 청년은 희망이 다 빠져나간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담배를 줄여야 하고, 술을 끊어야 하고, 커피를 줄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그녀를 먼저 잊어야 한다고 중얼거리듯 읊조리다 냅다 절규한다.

"새벽이 오네요. 이제 가요. 당신은 나를 만난 적이 없어요. 우리 기억을 내가 가져가요. 처음부터 잊어요."

남자는 이별 앞에서 여자에게 자신을 기억조차 하지 말란다. 처음부터 없었던 일처럼, 그저 마지막인 오늘 자신을 위해 눈물을 한 번만 보여 달라 한다. 노래는 신파스럽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어온다. 오지랖 넓은 감정이입이라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듣는 내내 그 청춘의 마음을 토닥여 주고 싶다.

새벽이 오니 이제 헤어져야 한다고 노래하지만, 새벽은 노란색 가로등 아래에서 밤새 춤추던 나방 한 쌍을 쉬게 하러 오고, 어둠이 무서워 컹컹 짖던 흰둥이를 안심시키려고 온다. 울타리 아래 하얗게 피다 만 나무수국 흰 꽃송이의 꽃망울을 마저 피워 주려 바쁘게 오고, 한쪽만 붉게 익은 복숭아의 반쪽에 빛을 쬐어 속속들이 익혀야 하기에 쉬지 않고 달려온다.

사랑이란 본디 이별을 안고 존재하는 이름. 그 이름 앞에서 언제까지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새벽은 그대의 이별을 재촉하러 오는 것이 아니다. 힘든 사랑에 울고 있는 그대를 위로하기 위해 그대의 새벽은 동쪽 끝 어딘가에서 허둥지둥 달려왔다는 것을 청춘은 아시는지···,

"새벽이 오네요. 이제 가요. 당신은 나를 만난 적이 없어요." 아, 오늘 안에 귀벌레를 쫒아 내기는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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