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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수필가

작은 소나무 분재를 들여왔다. 이등변 삼각형의 모양이 꽤나 안정적이다. 이대로 계속 자란다면, 기꺼이 임금의 가마를 위해 늘어진 가지 한 자락 슬쩍 들어 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작은 체구에 다부진 밑둥과 쩍쩍 갈라진 줄기마다 나름의 서사가 있을 터. 새삼 그 세월이 기특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서 보고자 야생에 있는 나무를 캐어다 마당에 심었고, 더 가까이 보고 싶어 분에 심었으리라. 밤이면 가지에 달을 걸고, 가끔은 속삭이듯 바람 소리도 전했으리. 매무새 반듯한 선비의 책상에서 눈 맞추며 마음 또한 통했으렷다.

'분재'의 이미지는 아름답지만, 폭력적이다. '분재란 식물을 화분에 심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정의한다. 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인공의 재료로 칭칭 감아 휘고 비트는 모순이라니, 도저히 이해 못 할 취미라 생각했다. 하지만, 본디 예술이란 자연에 인공미를 가미한 결과로 나타난다. 재료가 살아있는 나무라는 것일 뿐, 그러니 분재예술의 속성은 아이러니에 있으리라.

손바닥만 한 토분은 깊이 또한 삼 센티가 안 된다. 그 옹색한 세상에서 한 움큼의 모래흙에 생명을 딛고 서 있는 소나무의 현실은 아름다움으로 말하기에는 초라하다. 물 한 모금에 목을 매고, 그마저 여의치 않다면, 한쪽 가지부터 말리며 서서히 죽어 갈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위해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소외를 스스로에게서 느꼈을까. 그러함에도 가지 끝마다 돋은 뾰족한 솔잎은 얼마나 당당한지, 녹색의 바늘 끝은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 누군가 해코지라도 한다면, 언제라도 갚아 줄 수 있다는 듯, 암팡지게 주먹을 쥐고 있다. 그렇게 씩씩한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거친 표피와 뾰족한 잎사귀의 호전적인 기세 뒤에 숨은 여린 잎 때문일까, 멀쩡하던 화분도 집으로 들여와 일 년 나기가 어렵게 만들던 자신을 잊고, 여러 분재 속에서도 유독 마음이 쓰이던 코딱지만 한 소나무 분을 겁 없이 들고 왔다.

한 뼘 남짓한 소나무는 한 줌의 모래를 딛고, 밤마다 동량의 재목을 꿈꾸고 있었을까, 허망한 꿈에 부응이라도 하듯 매일 매일 물을 주고 종일 햇빛을 찾아 전전긍긍 옮겨 다녔다. 아침마다 손바닥만 한 ●은 분에 주는 반 컵 정도의 물을 먹고 종일 견딘다 생각하니, 어느 하루 건너뛸 수도 없다. 감질나는 물과 변덕스러운 여자의 중얼거림까지 나이테에 기록으로 남겨 두지 않을까 싶어, 아이 돌보듯 기색을 살폈다. 언뜻, 삼각형의 경계를 벗어난 가지 하나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에도 한번 눈에 띈 거스름이 집요하게 따라 다녔다.

가위를 들고 소나무 앞에 섰다. 어떤 존재의 손에 나의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이 쥐어져 있는 상상을 한다. 인생에서 큰 어떤 존재를 온전히 알 수 없는 것이 삶의 전제라면, 이 작은 소나무 역시 나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할 터, 이 나무는 나를 어떤 존재로 이해했을까, 나는 어쩌면 이 작은 분의 소나무와 '알 수 없는 존재'라는 역할 놀이에 빠져있었나,

매일매일 물주기, 바람이 잘 들게 하기, 햇볕 듬뿍 쬐어주기. 여느 화분 기르기처럼 그 정도 하면 잘 키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분재에는 왜 자꾸 감정이 입혀지는지 알 수 없다. 왜 자꾸 신경이 쓰여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단지 내가 원하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 언제라도 변하지 않는 초록 잎을 보며 모두의 안녕함을 확인하는 일, 가지런히 솔잎을 고르며 갈라 터진 밑둥치서 떨어진 껍질 조각과 마른 솔잎을 주워내는 일, 물을 흠뻑 머금은 빛나는 초록 솔잎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는 일, 그렇게 작은 소나무가 밤마다 나이테에 새겨둘 소소한 기억을 공유하는 일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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