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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수필가

「며칠 전 산책길에 만났던 그녀입니다, 그날도 오늘처럼 저 멀리서부터 장미 향이 간질간질 다가왔었지요. 지난번 그녀가 입은 꽃무늬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가 정말 아름다웠던 것을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런 그녀를 오늘도 만났다는 건 운명인 게 분명합니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머엉~ 멍멍! (안녕· 이렇게 또 만나다니 반가워. 우리 사귀어 볼까?)"

"니아오 옹! (미친 거 아냐? 저리 가버려!)"」

우리 집 마당에서 키우는 강아지 이름은 '감자'랍니다. 가끔 혼자 나가 산책을 즐기다 오기도 합니다. 어느 날 감자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귀에 염증이 생겨 약을 사다 먹여봐도 잘 낫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어쩌면 마당에서 키운다고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걸 감자에게 알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나는 감자라는 '아이'의 어머니로 불렸습니다. 한 번도 감자가 나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강아지가 사람대접을 받는 건지 내가 개 대접을 받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딱히 나쁜 기분은 아니었지만, 어색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동물병원 옆 가게에서는 강아지 영양제와 사료 외에 여러 가지 들이 있습니다. 가게 한쪽 벽이 앙증맞은 강아지 옷들로 가득하더군요. 색깔이며 디자인이 하도 예뻐서 감자에게 하나 사입히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집에는 감자 말고도 세 마리의 강아지가 더 있습니다. 세 마리 옷을 사입히려면 돈도 많이 들거니와, 무엇보다 마당에서 뒹굴고 사는 털 뭉치 우리 개들에게 옷을 입히면 가려워서 견딜 수 없겠지요. 옷을 입힌다 해도 한 시간이 못 되어 더럽혀질 게 뻔하기에 그냥 돌아왔습니다.

요즈음엔 사람들과 사는 강아지도 옷을 입고, 사람들이 키우는 송아지에게도 옷을 입힙니다. 하지만, 강아지와 송아지가 옷을 입는 이유는 발상부터 다르지요. 강아지들에게는 남들과 구별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송아지들의 옷은 보온을 기본으로 합니다.

인터넷에서 사람의 오리털 점퍼를 입고 팔을 둥둥 걷어 올린 송아지 사진을 보았습니다. 누군가 올린 익살스러운 사진을 보자니 송아지에게 따듯한 점퍼를 입힌 주인의 마음이 내 마음인 것 같아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송아지에게서 사람 냄새가 날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요. 갓 태어난 송아지의 체취는 어미에게 새끼를 구별하는데 매우 중요할 터, 아무래도 옷을 입은 송아지가 자연스러울 수는 없겠지요.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갓 태어나 떨고 있는 송아지에게 옷을 입혀주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송아지에게 옷이 필요한 시기는 한겨울이지요. 우리 농장에서도 겨울에 태어난 송아지에게 옷을 입힙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소털 색 누빈 천으로 만든 조끼 모양의 송아지 옷은 한겨울 찬 바람을 막기에는 너무 얇습니다. 고심 끝에 지난겨울에는 송아지 옷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유행 지난 큰아이 오리털 점퍼와 남편의 모직 점퍼로 팔 부분을 잘라내어 따뜻하게 입혀주었지요. 헐렁한 허리에는 끈도 매달아 묶어주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핸드메이드 옷을 입혀놓고 저 혼자 기분이 좋았답니다.

옷을 입은 송아지들은 저희끼리 소곤거리겠지요.

"음메~ 우웅! (야, 짱구야! 이 옷 어때? 이번에 엄마가 새로 만들어준 건데)"

"음머엉~! (오, 멋진데! 근데 너무 큰 거 아냐·)"

"으으음~메 메! ( 그렇지· 한 달만 지나면 작아진다고 크게 만들어줬어. 아무래도 울 엄마는 멋이라는 걸 모르는 거 같아.)"

···이렇게 투덜거렸을지도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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