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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수필가

옛날에 마음씨 고약한 시어머니와 착한 며느리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며느리가 떡국을 퍼 놓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개가 먹어 치우고 도망갔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자기 떡국을 먹었다고 생각하고, 홧김에 몽둥이를 휘둘러 며느리를 죽였다. 며느리의 넋은 새가 되어 "떡국, 떡국, 개 개…." 하며 자기가 먹지 않고 개가 먹었다면서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다닌다고 한다.

뻐꾸기에 대한 많은 전설 중 대부분은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뻐꾸기는 '운'다. 억울해서 울고, 배고파서도 운다. 뻐꾸기가 우는 계절은 늦은 봄. 뻐꾸기가 긴 여운으로 제 짝을 찾을 때. 우리는 봄과 함께 가버리는 세월의 무상함을 뻐꾸기 울음으로 듣거나,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을 뻐꾸기 우는소리에 슬며시 얹는다. 아주 가끔, 시적 감흥이 일 때는 '노래'한다고도 하는데, 그건 보통 종달새나 꾀꼬리처럼 투명한 소리를 내는 새에게 붙이는 유쾌동사다.

오늘 그 녀석은 울지도, 지저귀지도 않았다. 노래를 부른 건 절대 아니다. 웃었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있거나, 아무도 모르게 완전 범죄를 꾸미고 있거나,

"뻐꾹! 쿠쿡쿡국···. 뻐꾹! 쿠쿡쿡국···."

뻐꾸기 웃음도 전염이 되는지 슬며시 따라 해 본다. "뻐꾹, 쿠쿡쿡국," 어찌 보면 비웃는 것 같기도 하지만, 웃음은 웃음이다. 적당히 따뜻한 곳으로 날아와 기분 좋은 상태를 즐기는 것인지, 어느 나뭇가지 위에서 호화로운 만찬 후의 여흥이려나.

숲속에서 높이 들리던 소리가 가까이 온 듯 쿡쿡거리는 엉큼한 웃음은 어떤 사진 한 장과 겹쳐있다. 입을 쩍 벌린 뻐꾸기 새끼는 어미 새의 머리를 삼키고도 남을 듯했다. 어미 머리보다 두 세배는 큼직한 아기 새 주둥이에 벌레를 넣어주는 어미 뱁새는 위태롭게 보였다. 이른바 탁란, 알을 맡긴다는 말이지만, 뻐꾸기 어미가 몰래 저지른 일이다.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것은 그렇다 쳐도, 둥지에 있는 알의 개수를 맞추느라 본래 있던 알을 물어다 버린다고 한다. 뻐꾸기 새끼는 유전자에 심어진 본성대로 살 뿐이다. 눈도 뜨지 못한 붉은 몸뚱이로 다른 알을 둥지 아래로 떨어뜨려 경쟁자를 제거하고, 살아남기 위해 더 큰 소리를 내고, 더 크게 입을 벌려 어미로부터 먹이를 더 많이 받아먹고 살아남는다고 한다.

제 이름을 소리 높여 부른 뒤 읊조리듯 삼키는 쿡쿡거림이라니, 정말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은밀하게 알을 낳아놓고 완벽하게 성공한 기쁨을 자축하는 의뭉스러운 세레모니이었을까. 뻐꾸기 말고도 세상의 많은 새 중에 1퍼센트가 탁란으로 세대를 이어간다고 한다. 그런데도 유독 뻐꾸기에게 사람의 잣대를 들이밀어 파렴치한의 오명을 뒤집어씌운 건가. 뻐꾸기 자신도 그리 태어나 치열하게 살아낸 세월이 상처로 남았을 텐데, 대상을 알 수 없는 분노조차 체념하듯 삼키며 살았을까, 부조리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의 씁쓸함을 자조하는 웃음이려나···.

동네 뒷산에 뻐꾸기 부부가 살았다. 뻐꾸기 부부는 사랑을 했고, 아기를 낳으려면 집을 지어야 했다. 그런데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집을 지을 줄 안다는 뻐꾸기는 없었다. 자신들도 다른 새의 둥지에서 남의 새끼를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리며 치열하게 살아 낸 기억밖에 없다. 엉성한 솜씨로 둥지라고 지어놓으면 바람에 날아가고, 빗물에 젖어버려 도저히 아기를 낳아 기를 수 없었다. 상심한 부부는 고민 끝에 수컷이 망을 보기로 하고, 다른 새 둥지에 몰래 낳기로 했다. 암컷이 몸을 흔들어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동안 망을 보는 수컷의 암호?!

"뻐꾹, 쿠쿡쿡국!" "뻐꾹, 쿠쿡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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