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흐림충주 25.2℃
  • 흐림서산 23.4℃
  • 청주 24.5℃
  • 대전 24.5℃
  • 흐림추풍령 25.6℃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홍성(예) 24.7℃
  • 흐림제주 29.7℃
  • 흐림고산 22.9℃
  • 흐림강화 22.9℃
  • 흐림제천 23.8℃
  • 흐림보은 24.4℃
  • 흐림천안 24.4℃
  • 흐림보령 24.3℃
  • 흐림부여 24.7℃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정원

수필가

몇몇 사람들의 비리 소식에 며칠째 텔레비전이 시끄럽다. 그들에 관한 수사가 계속될수록 권력과도 뒤얽혀 있음이 속속 드러난다. 정치와 경제가 분리될 수는 없지만, 이런 식의 치부(致富)는 정당하지 못하다. 욕심 속에 매몰된 정의로움은 숨이 끊긴 지 오래고, 그들은 권력과 돈을 움켜쥐고 변명하기 바쁘다. 이쯤 되면, 가진 게 없더라도 바르게 사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살던 사람들은 불편한 의문을 품고, 자신도 모르게 분노하게 된다. 그리스의 농부 크레뮐로스처럼.

기원전 388년, 아테네에서 공연된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에서도 정직한 농부 크레뮐로스는 지금 우리와 같은 이유로 분개한다. 자기처럼 정직한 사람들은 늘 가난한데 비해,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들은 점점 부자가 되는 것에 화가 났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외아들이 인생에서 성공하려면 착한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야 하는지, 아니면 나쁜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야 하는지를 묻기 위해서 델포이의 신탁소로 찾아간다.

이에, 아폴론 신은 그에게 신전을 나서다가 맨 먼저 만나는 사람을 그의 집으로 모시라고 일러준다. 어라, 그런데 그 사람은 앞을 볼 수 없다. 그 맹인이 말하기를 자기는 부의 신인데 제우스가 인간에 대한 악의에서 착한 사람들과 나쁜 사람들을 구별하지 못하고 부를 나눠주도록 자기를 장님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정의로운 사람들이 정당하게 부를 누릴 수 있도록 크레뮐로스는 부의 신을 의술의 신에게 모시고 가 눈을 뜨게 하려 한다. 하지만 가난의 신이 그들 앞을 막아선다.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면 더 이상 아무도 일하려 하지 않아 지금보다도 더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될 것이라 경고한다. 하지만, 가난의 신은 크레’ƒ로스를 설득하지 못했고, 마침내 부의 신은 눈을 뜬다.

크레뮐로스는 눈을 뜬 부의 신을 자신의 집에 데려다 놓고 혼자서만 거부가 될 수도 있었지만, 공익을 위해 사익을 포기한 덕분에 정직한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사악한 사람들은 가난뱅이가 됐다. 남을 팔아 살던 밀고자는 쫄딱 망해 부의 신에게 따지러 왔지만, 부의 신은 눈을 뜨고 보게 된 세상에서 제대로 보고, 제대로 부를 나눠 주었다. 올바른 부의 분배가 시작돼 정직한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2천400여 년 전, 그 시대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권력자들을 풍자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며 그리스사람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이야기 속 부의 신은 눈을 떴다지만, 우리의 세상에서 부의 신은 다시 눈을 감아버렸나 보다. 부의 편중이 극심해지고, 자본을 가진 사람들은 갈수록 부유해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지는 부의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으니 말이다.

계약직 직장이라도 얻고자 몇백 명의 경쟁자와 싸워야 하는 젊은이가 다수인 반면, 겨우 몇 년 다닌 회사에서 대리의 직함으로 수십억 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젊은이뿐만 아니라 힘없는 아비들마저 절망하게 만든다. 그렇게 사업가들과 결탁한 권력가들은 그들만의 부를 축적하느라 정의를 묻어버렸다. 코로나로 살기가 버거워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주네, 못 주네 하며 국회에서 싸우던 사람들도 그들 중에 있다 하는데, 가증스러운 가면을 쓴 그들을 부의 신은 왜 아직도 보지 못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셈법으로 자신들만의 부를 쌓는 위정자들에게서 부정한 부를 거두고, 정직과 정의로움을 알아볼 수 있는 크고 밝은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할 부의 신은 어디서 잠자고 있는가. 오래전 떴던 눈을 애써 감은 채,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가. 아테네의 정직한 농부처럼 잠자는 부의 신을 흔들어 눈뜨게 할 우리의 크레뮐로스는 어디 있는가.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