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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2.16 15:38:4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겨울로 접어드는 이맘때면 생각나는 추억 가운데 하나가 연탄이다. 월동준비는 당연히 김장 담그기와 광에 겨우내 땔 연탄을 한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땅에 묻어 둔 김장독과 광에 가득 찬 연탄을 보면서 마치 부자가 된 듯 한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어렵게 살던 시절 우리는 연탄 한 장이면 끼니를 해결하고 온가족이 옹기종기 따뜻한 밤을 지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은 살기가 참 편해졌다. 집마다 가스보일러가 들어와서 스위치만 올리면 난방이 자동으로 되지만 불과 10년전 만 해도 서민생활에서 연탄은 생활필수품이었다. 난방용으로 연탄을 사용하던 시절 지글지글 아랫목 한 구석만을 데워주는 까닭에 가족들 간의 아랫목 차지 다툼도 지열했다. 당시에는 연탄에 얽힌 달동네 풍경도 인상적이었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던 가난한 동네에서는 저녁이면 매듭 꼰 새끼줄에 두어 장의 연탄을 끼워들고 오르막 언덕을 오르던 가장들의 모습이 이어졌다. 조금 여유가 있는 집은 리어카나 지게꾼을 동원해 수십 장 수백 장씩 연탄을 들여놓고 나면 그해 겨울은 뿌듯했다. 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자다가도 새벽에 일어나 연탄불을 갈아야 했고, 연탄구멍을 맞추려고 하다가 가스를 마셔서 가슴이 답답해 와 잠을 못 이룬 적도 있었다.

ⓒ 석길영·홍대기
시간을 놓쳐서 꺼트리기라도 하면 번개탄으로 다시 불을 붙이기도 했다. 이제는 이러한 것들은 누구나 겪었음직한 아련한 추억들 속에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

연탄불을 이용한 어린이들의 주전부리도 잊지 못할 추억이다. 학교 앞 담장 밑은 어김없이 연탄 화덕을 피워놓은 장사꾼들에게는 최고의 명당이었다. 등하굣길에 코 흘리게 어린이들의 주머니를 겨냥한 뽑기 아줌마와 번데기장사 아저씨들의 유혹은 만만치 않았다.

덩어리 설탕을 담은 국자를 연탄 화덕위에 올려놓고 소다 섞어 보글보글 녹여가며 부풀려 먹던 맛은 40대 이후 장년층에게는 지금도 잊지 못 할 추억이다. 동물모양, 별모양 등을 찍어내던 뽑기도 먹거리에 놀이문화를 접목한 것이어서 당시 아이들에게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퇴근길에 출출해진 어른들은 막걸리와 함께 돼지고기, 양미리 등 술안주를 구워내던 곳도 역시 연탄화덕이었다. 지금도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붕어빵이나 국화빵도 당시에는 연탄불로 구웠으니 연탄의 쓰임새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했다.

연탄은 이렇게 좋은 추억만 있는 게 아니라 겨울철만 되면 신문 사회면에는 어김없이 연탄가스 중독사고 소식이 단골기사로 보도되어 안타깝게 했지만 잠시도 서민들 곁에서 떼어놓을 수 없었다. 연탄가스 중독에는 동치미 국물이 효과가 있다는 속설에 집집마다 동치미를 담그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 석길영·홍대기
해마다 연탄 생산지인 강원도 탄광지역에서 광원들이 무더기로 매몰되는 사고까지 겪으면서도 연탄 없이는 살 수 없었다. 또한 연탄재는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눈 내린 아침 출근길을 안전하게 인도하는 안내자의 역할까지 감당했고 텃밭의 비료대용으로 다시 사용되었다.이렇게 서민들의 사랑을 받던 연탄도 보일러와 석유가 보편화되면서 역사적 뒤안길로 사라졌다가 다시 어려운 경제로 연탄을 사용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단지 값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애환이 담긴 연탄을 보면서 우리의 삶을 한번쯤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안락한 생활은 어제의 연탄아궁이 시절이 밑거름이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젠 뒷전으로 밀려난 연탄이지만 '21세기 연탄'이 다시 한 번 우리의 가슴에 불타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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