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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People & Life - 쪽빛에 물들다 '천연염색작가 정란'

바람과 햇빛이 품어낸 美…볼수록 아름다운 자연의 색

  • 웹출고시간2012.11.04 16:24: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하늘을 닮은 색이 있다.

손에 닿을 수 없는 고운님 그리워 온품에 그 푸른빛을 받아 안았다.

누군가에는 쪽빛은 하늘이고 강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쪽빛은 마음이다.

세월을 따라 더욱 짙고 또렷해지는 내 어머니의 체온이다.

가을이 무르익기 시작한 내수읍 묵방리 마을은 한 폭의 풍경화. 사과밭 과수원에 둘러싸인 드넓은 그의 작업실에 앞마당에는 '소슬자연빛깔'의 천연염색에 물든 천들이 빨랫줄에서 가을바람에 펄럭이며 갈 길 바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크릴 물감이 첫눈을 사로잡는 표면적인 색이라면 천연 염료는 두고두고 볼수록 아름다운 자연 색이죠".

ⓒ 석길영·홍대기
그런 천연염색에 푹 빠져 15년째 천연 염색을 해오고 있는 천연염색작가 정란선생.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색깔의 옷을 아이들에게 입혀주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 시작한 천연 염색은 이제 그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남편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자연에서 색을 얻을 수 있어요. 꽃·열매·나무 등의 식물과 동물, 광물 등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죠. 그런데 이 천연 원료 중에서 천을 염색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20가지 정도예요. 천연 염색한 천으로 옷을 지어 입으려면 아무래도 빛, 비바람, 세탁, 땀, 마찰 등의 여러 가지 외적 조건에 의해 색이 변하지 않고 견디는 힘이 좋아야 하는데, 모든 천연 염료가 다 그런 건 아니거든요."

ⓒ 석길영·홍대기
고운 빛깔을 내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오래오래 보존하는 방법 역시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투철하다.

"천연 염색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어서야 내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자신 있게 보일 수 있겠더군요."

사실 천연 염색은 고된 노동의 결과이기도 하다. 염액을 추출하기 위해 물을 끓이고 따르고 붓는 과정, 염액에 천을 담가 염색하고 매염(섬유에 물감이 잘 물들도록 하는 방법)하는 과정, 그리고 염색한 천을 건조하고 가공하는 과정까지 일일이 시간에 맞춰 몸을 바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마지막에 천에 먹일 풀을 얻기 위해서는 100일 동안 쌀뜨물을 붓고 따르는 과정을 매일 반복해야 한다. 이렇게 힘들게 얻은 천연 염색 천으로 그는 옷을 만든다. 현대적인 감각과 우리나라의 전통미가 적절히 어우러진 그의 옷은 나이 든 사람이 입으면 고상한 멋이, 젊은 사람이 입으면 단아한 맵시가 난다. 무엇보다 색이 곱고 다양하다.

"재미있는 점은 같은 원료라도 염색하는 시기나 천의 상태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온다는 거예요. 같은 오배자로 물들여도 보랏빛이 도는 것, 푸른빛이 강한 것 등 느낌이 아주 다르죠. 다양한 색을 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원료를 섞어 사용하는데 천연 염색은 어느 정도 객관적인 방법은 제시할 수 있지만 수학 공식처럼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죠."

ⓒ 석길영·홍대기
우리 전통염색은 모시나 면, 비단 등 자연섬유에만 고운 물이 들며 여러 가지로 우리 몸에 이롭다. 특히 쪽은 방충효과가 뛰어나 쪽으로 염색된 옷들이 수백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썩지 않고 그대로 발굴되기도 한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나이든 세대 뿐 아니라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아토피 피부 아이를 두었거나 가족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천연염색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그가 늘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쪽물 염색을 비롯한 천연염색 분야에 대한 학술과 기능을 겸비한 전문가가 드문 현실.

"예전부터 전통공예가 다 마찬가지였지만 염색도 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가업이라 염색방법도 도제방식으로 전승되어 왔습니다. 이제 구전으로 도제식으로 전해지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지금은 전통문화 분야도 좀 더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대가 됐지요."

학술과 기능을 동시에 겸비한 전문가가 필요해요 한마디로 후배들에게 보다 더 나은 천연염색 연구 여건을 마련하는데 초석이 되고 싶은 바람이다.

"모든 일엔 시기가 있는 것 같다"는 정란선생.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는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리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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