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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People & Life - 누에

손·입이 새캐맣도록 따먹던 오디…달달한 뽕밭의 추억

  • 웹출고시간2012.09.23 18:32:3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뽕따러 가세~ 뽕 따러 가세~ 칠보나 단장에 뽕 따러 가세~

뽕따러 가면 스리 살짝궁 혼자나 가지 뒷집 총각 따라 오면~ 응~

동네방네 소문이 날까 성화로 구나 응~~

님도 보고 뽕도 따며 몰래 하는 사랑 노래

누에에게 방이란 방은 다 내어 주어 학교 다녀온 가방을 마루에 던져 놓고 부엌에 들어가 밥 한 그릇 찾아 부뚜막에 걸터앉아 먹은 후 아랫집 마당에서 펄떡거리고 뛰노는 아이들과 놀고 싶은 마음을 달래며 재 넘어 엄마가 계신 뽕 밭으로 향한다. 텅 빈 집은 누에가 지키고 온 식구가 뽕잎 따기에 쉴 틈이 없다.

봄엔 가지째 잘라다 집에서 앉아 딸 수 있지만 가을엔 뽕나무를 다치지 않게 검지 손가락에 뽕따는 칼을 끼우고 한 장씩 따야 하기에 여간 더디지가 않다.

봄누에를 칠 때는 달짝지근한 오디 따 먹는 재미도 있다.

검게 익은 오디를 한주먹 씩 따 먹느라 뽕 따는 일은 뒷전이다.

마을에서 놀던 아이들이 몰려와 오디 따 먹어도 되냐고 물으면 어깨가 우쭐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손과 입이 새카맣도록 따 먹던 달달한 오디 맛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한 달 정도의 짧은 기간에 돈 가뭄이 극히 심한 계절 농가의 단비 같은 소득원으로 자식들의 수업료를 밀리지 않고 낼 수 있게 해 주고 추석 명절을 넉넉하게 보낼 수 있게 해 주던 누에.

누에는 일 년에 봄, 가을 두 번 사육 한다.


좁쌀 만 한 누에알을 하얀 종이를 깐 다라에 담아 따뜻하게 해 주면 알에서 깨어난다. 너무 작아 손으로 만질 수 도 없어 닭털이나 꿩 털로 조심히 다뤄야 하는 눈썹 만 한 누에에 연한 뽕잎을 따다 칼로 곱게 썰어 준다.

이삼일 정도 뽕잎을 먹은 누에는 잠을 잔다. 누에는 잠을 잘 때 머리를 쳐들고 꼼짝도 하지 않는다. 잠을 자고 나면 허물을 벗는데 고치를 짓기 전까지 네 번의 잠을 자고 허물을 벗으며 그때마다 몸은 두 세배 씩 커진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몸이 커져 자리를 넓혀 줘야 하기 때문에 잠박 수가 늘어난다.


막잠을 자고 일어난 누에는 일주일 정도 대식가가 되어 뽕잎을 수북이 덮어 주면 소낙비 오는 소리를 내며 금방 다 갉아 먹어 치우고 앙상한 줄기만을 남긴 채 머리를 휘휘 저으며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하루에 예닐곱 번씩 일주일을 이렇게 먹고 나면 목이 맑아지며 밥을 먹지 않고 입에서 하얀 실을 내 품기 시작 하면 누에를 골라 섶에 올려 준다. 누에를 올리며 어머니께선 "주먹만큼 커져라 차돌같이 딴딴해져라"하며 크고 단단한 고치를 지어 줄 것을 바라신다. 섶에 올라간 누에는 마지막 한 방울의 오줌과 똥을 싼 후 하얀 고치를 짓기 시작 한다.

입에서 나오는 한줄기 실로 장방형의 집을 짓는 모습은 예술이다.

고치 한쪽 끝을 칼로 잘라 내고 크기에 맞는 작은 돌을 끼우면 훌륭한 오뚜기 장난감이 되어 가지고 놀던 생각이 난다.

집을 다 지은 누에는 고치 속에서 마지막 허물을 벗고 번데기로 변신 한다.

어린 시절 장날이나 극장 앞에 작은 리어카에 연탄 화덕위에 양은솥을 실고 다니며 양은솥 안에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번데기를 종이 고깔에 담아 팔던 번데기장수 아저씨의 "뻔~~ 뻔데기~~" 하던 외침 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고치 하나에 두 마리가 들어간 등외품을 골라 번데기를 빼서 기름과 소금을 넣고 볶아 먹던 고소하고 짭짤한 그 맛이 기억난다.


고치 속에서 누에가 번데기로 변신을 마치면 고치를 따서 푸석한 겉껍질을 벗겨 크기별로 선별하여 수매를 한다. 크기별로 등수가 갈리고 등수에 따라 돈이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농사꾼의 자존심이 걸려 있어 등수에 상당히 민감하시다.

뽕을 따며 "엄마 누에 바치면 자장면 한 그릇 사줘" 하고 약속을 받아 낸 나는 고치 수매 하는 날 일등을 못 받아 속상해 하시는 어머니께 자장면 안 사준다고 떼를 쓰다 우산대로 난생 처음 한 대 맞았던 기억에 피씩 웃음이 나온다.

마을마다 비탈진 밭에 그리 많았던 뽕나무 밭과 누에치는 농가가 이젠 찾아보기 힘들다. 농촌의 고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외면당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 했는데 잠사 시험장 이 종길 장장의 말을 듣고는 둔기로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가장 큰 원인은 환경 이란다. 누에는 깨끗한 뽕잎만을 먹여야 하는데 공해와 농약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역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둘째는 저가의 중국산 이란다.

누에가루는 당뇨에 좋고 기를 돋우며 뽕나무 잎, 줄기 뿌리 오디 누에똥까지 하나도 버릴게 없다며 잠사 시험장 직원 모두는 누에에 대하 사랑이 지극해 누에를 신성시 한다.

누에 실 샘으로 보습과 영양이 뛰어난 화장품 개발에 성공 했고 황금 누에고치를 탄생 시켰다. 지금은 형광 누에고치 연구가 성공 단계에 이르렀다며 누에치는 기간엔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출근 하면서도 누에를 예찬하는 박종화 팀장은 "우리 민족의 생활에 근간 이었던 누에가 지금은 외면 받고 있지만 다시 찾게 될 그때를 위해 맥이 끊기지 안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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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