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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5.28 16:20:0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농부는 자식 입에 밥숟가락 들어가는 소리와 내 논에 물 대는 소리를 가장 듣기 좋다 했던가. 양성산이 헐레벌떡 내려오다 잠깐 숨 고른 현도 장승마을.

어린 시절 운동장에서 땅따먹기 할 때 그려놓은 듯 한 계단식 다랑이 논에 봄비가 도착했다.

손바닥 만 한 산골 마을은 윤사월 낯 뜨거운 햇살 아래 단정하게 자란 어린모들이 재잘거린다.

봄비가 촉촉이 내리고 못자리에 모가 한 뼘 쯤 커갈 무렵 .

하늘만 바라보며 비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반가운 비가 오면 물이 새나가지 않게 흙을 바르고 또 바르고, 흐르는 땀마저도 내 논으로 떨어지기를 바라면서 써레로 논밭의 흙덩이를 잘게 부수고, 바닥을 판판하게 고르는 써레질을 시작한다.

ⓒ 석길영·홍대기
이 비가 오지 않았다면 웅덩이에 물을 두레로 퍼 올리는 노고를 또 격어야 했을 것이다.

먼동이 트기도 전, 아직 곤한 잠에 빠져있는 자식들의 얼굴을 흐뭇하게 바라보시곤 밖으로 나가시는 아버지는 쇠죽솥에 여물과 겨를 듬뿍 넣어 쇠죽을 끓이신다.

평소보다 더 많이 쇠죽을 끓여 구융에 한가득 퍼다·아침을 먹이고 남은 쇠죽을 다라에 퍼 담으신다, 재 넘어 삼박골 가실 땐 소의 점심까지 챙기며 자식처럼 애지중지 아끼는 농심이 그려진다.

사람의 손과 소로 들일을 다 하던 시절이라 집집마다 외양간엔 소 한 마리씩 키웠으며 아마도 재산 목록 1호 였으리라.

소 키울 형편이 안 되는 집은 품으로 대신 했으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집은 일 년에 쌀 몇 가마를 주고 소를 빌려다 쓰는 도지 소를 이용 했다.

도지 소를 빌려 주고 저녁때 땀을 흠뻑 흘린 소를 끌고 오면 속이 짠해 하시던 어머님 모습이 생각난다.

쉴 틈도 주지 않고 열심히 일만 시키는 사람을 '도지 소 부려먹듯 한다'는 옛말이 그래서 생긴 듯 하다.

소와 아버지가 한 몸처럼 움직이면 울퉁불퉁하던 논도 높고 낮은데 없이 평평하게 자리 잡는다.

ⓒ 석길영·홍대기
멍에를 쓴 소의 입에서 가쁜 숨이 토해지고 아버지의 입이 말라 갈 때 쯤 저 멀리 논둑길 따라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한손엔 막걸리 주전자를 든 어머님이 나타나신다.

쌀알 몇 톨 섞이지 않은 보리밥에 산나물 몇 가지.

지금은 웰빙식이라고 찾아다니며 먹는 그런 광주리를 여는 어머님은 아버지께 이내 송구스런 마음이 든다.

소의 점심부터 챙겨 주시고 광주리 앞에 앉으신 아버지는 막걸리 한 모금을 따라 "고시네~"를 하시고 한사발의 막걸리로 갈증부터 해소 하신다.

혹여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으면 막걸리 한잔 하고 쉬어 하라고 부르셔서 정을 나누기도 한다.

일하다 논둑에 앉아 먹는 들밥이 그 어느 진수성찬 보다 제일 맛났다는 생각이 든다.

써래질로 굵은 흙을 잘게 부숴 곱게 되면 다시 써래 이빨 앞에 긴 송판을 대고 높낮이가 일정하고·매끈하게 만든다.

이를 번지질 이라고 하는데 이로써 모내기 준비가 끝나는 셈이다.

모판에 모를 쪄다 지게로 날라 군데군데 모를 던져 놓고 못줄을 띄워가며 여러 사람이 엎드려 모를 심는 풍경은 이젠 먼 옛날이야기로만 남게 됐다.

ⓒ 석길영·홍대기
한마지기에 한나절씩 걸리던 이 수고로움을 요즘은 트랙터가 대신 한다.

트랙터가 들어 갈 수 없는 달뱅이 논은 잡목이 우거진 묵답으로 변해 버렸고 구불구불 자연과 어우러졌던 논두렁처럼·둥글둥글·함께 나누던·우리의 마음도 다랭이 논과 함께 사그러들어 사람 사는 맛과 멋이 사라져 가는 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저녁 까치가 울고 해지는 재 넘어로 지게에 쟁기 지고 소 몰고 오시는 아버지 모습이 그리워 진다.
글 / 홍대기 작가

사진 / 홍대기·석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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