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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1.25 16:10:2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어느새 성큼 들어선 겨울 기온. 서둘러 시작된 아침나절이 부산스럽다.

오늘은 한해의 장맛을 결정짓는 메주 띄우는 날. 할머니는 정성스레 키운 튼실한 햇콩을 깨끗이 씻어 밤새 받아둔 맑은 물에 일어 건져내고, 볕이 좋은 포근한 아침에 무쇠 솥을 걸어 적당이 물을 채우고 콩을 삶기 시작한다. 콩이 익을 때까지 뚜껑은 잘 덮어두고 잘 마른 장작엔 한소끔 끓여낼 군불이 오른다.

서너시간 가마솥과 함께 뜨거운 열기로 넉넉히 끓여내 하얗게 김을 따라 고소한 맛이 오르면 오랫동안 콩이 삶아지기를 기다렸다 열어본 솥 안에는 노랗게 익은 콩이 한솥 그득해 진다. 메주를 만드는 날이면 아침부터 잔칫집 분위기다. 그 냄새가 어찌나 구수하던지 뜨거워진 삶은 콩을 호호 불어대며 먹던 기억도 이젠 추억 속에 아련하다.

ⓒ 석길영·홍대기
어머니는 솥에서 푹 익어 연해진 뜨거운 콩을 돌절구에 쏟아 요리저리 잘 섞어가며 곱게 빻고, 으깨며 쿵덕이는 절구질에 장맛의 욕심도, 소박한 인심도 함께 섞는다. 해마다 해온 일이지만 정성까지 몸에 밴 여인네들의 겨울 농사는 그렇게 시작된다.

잘 으깨진 콩은 틀 속에 넣어 네모 반듯하게 때론 둥글게도 모나게도 빚는다.

빈틈이 생기지 않게 꼼꼼히 틈을 채워야 부서지지 않고 곰거나 썩지 않는다.

어느 것 하나 사람의 손가는 일에 정성이 묻어나야 결실이 정확한 시골살림.

완성된 메주는 짚으로 묶어 할머니방 벽에 하나씩 둘씩 걸어두거나 마른 짚 위에서 몇 일 밤을 재워둔다. 메주에 꼭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짚인데, 메주에 이롭지 않은 곰팡이가 생기는 걸 억제하고 몸에 좋은 발효균을 자연스레 옮기는 재료로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 석길영·홍대기
귀한 먹거리였던 콩이 매년 장맛으로 우러나 우리네 삶의 독특한 맛을 일구었던 메주. 할머니 방에 들어설 때마다 메주 뜨는 냄새로 코를 막았던 그 냄새마저 이제는 맡아본지 까마득하고 아득히 그리운 고향의 향기로 기억에 남아있을 뿐입니다.

편리한 세상 덕에 예전처럼 힘들게 만들지 않아도 편하게 완제되어 제품을 구할 수 있는 시절이지만 어머니 정성가득 손맛이 느껴지는 재래식 간장, 된장, 고추장 맛은 아무리 시설 좋은 공장에서 일등품 재료로 만든 그 어떤 제품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 석길영·홍대기
못생긴 사람을 비유할 때면 우린 흔히 메주에 많이 비유하지만 그 쓰임새를 알면 이 말은 정말 메주에 대한 예의는 아닐 것이다. 추운 겨울 김장과 함께 메주 만들기는 한 집안의 가장 큰 음식행사였지만 이제는 점차 보기 힘들어졌고 현대인의 뇌리에서도 메주란 존재가 잊혀져 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메주로 집안이 구수한 냄새로 가득 퍼지고, 적당한 바람과 포근한 햇살 아래 자식들을 위해 넉넉하게 만들어 처마 밑에 매달아 놓은 메주가 오늘도 늙은신 부모님과 함께 긴 한겨울을 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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