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흐림충주 25.2℃
  • 흐림서산 23.4℃
  • 청주 24.5℃
  • 대전 24.5℃
  • 흐림추풍령 25.6℃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홍성(예) 24.7℃
  • 흐림제주 29.7℃
  • 흐림고산 22.9℃
  • 흐림강화 22.9℃
  • 흐림제천 23.8℃
  • 흐림보은 24.4℃
  • 흐림천안 24.4℃
  • 흐림보령 24.3℃
  • 흐림부여 24.7℃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포토에세이 People & Life - 호랑이 보다 무서운 곶감

  • 웹출고시간2012.11.11 17:51:2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늦가을 산골마을이 선명한 감빛으로 완연하다. 예로부터 사람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 감나무. 잎새 다 떨어지는 한로에서 입동 근처까지 영동의 시골마을은 온통 감 따는 소리로 가득하다.

막바지 가을이 사람에게 내려준 멋진 선물이다. 봄, 여름을 거치며 비바람 태풍 속에서도 스스로 제살을 튼실하게 키워온 여문 감. 지금도 감 따는 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산골마을이 깊어간다.

이미 계절은 농한기에 접어들었지만 이곳 영동 사람들의 가을 수확은 지금부터가 절정이다. 긴 대나무 장대와 바구니 몇 개를 들고 뒷동산 논도 밭도 아닌 언덕배기에 푸른 하늘에 주저리주저리 꽃핀 듯 매달려 있는 감을 따는 날은 마을 전체가 축제다.

ⓒ 석길영·홍대기
어떤 사람들의 도움도 받지 않고 순전히 자연의 힘으로만 성장하고 무르익은 감.

감은 주로 충남이남 평균기온 15도 내에서 잘 자라며 예로부터 사과, 포도와 함께 한반도의 3대 과실로 뽑혀왔다.

영동사람들에게 감은 가난을 견디게 만들어준 효자상품이었다.

그것은 자연이 내려준 또 하나의 축복과 마찬가지였다.

영동의 감은 소백산맥이 지나는 산간 지대로서 일조량이 풍부하고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큰 지역이다. 이런 기후 때문에 당도가 높고 차진 속살 때문에 곶감용으로 많이 사랑받아 왔다. 영동에서 생산되는 감은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6%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감을 말린 곶감을 많이 생산하는데 영동군은 경북 상주시와 충청남도 논산시 양촌면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곶감 생산지로 손꼽히고 있다.

ⓒ 석길영·홍대기
추수가 끝난 뒤 농부들은 감나무에서 힘들게 따온 감을 정성들여 깎는다.

잘 깎여진 감들은 하나하나 걸개에 매달려 감덕이라 불리는 저장고에 보관된다.

이렇듯 한달 여를 바람과 햇볕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숙성되고 말라가면 곶감이 된다.

곶감 하나하나처럼 성장하며 숨 가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큰 수확이다.

감나무는 본디 제뿌리를 갖고 있지 않다. 어린 고욤나무가 자라면 밑 둥을 잘라 홈을 낸 다음 과실이 열리는 감나무 줄기를 이식시키는 것이다. 이렇듯 모든 감나무는 고욤나무라는 바탕에 뿌리에 시집와 풍상을 이겨내며 성장하여 후일 풍성한 과실을 맺게 된다.

ⓒ 석길영·홍대기
그래서 감나무을 일컬어 사람을 닮은 나무라 부르는 이유가 거기 있다.

쌀 누에와 함께 삼백(三白)의 하나로 겨울 제사상에 빼놓을 수 없는 곶감이지만 이제는 고급청과물에 밀려 어린아이 군것질감으로 구박받기 일쑤다.

어린 시절 겨울방학 때 시골집에 내려가면 귀여운 손자 왔다고 할머니가 다른 식구 몰래 시렁에서 꺼내주던 곶감. 셋을 먹어도, 다섯을 먹어도 더 먹고 싶어 할머니 몰래 광에 숨어들어 꼬치 채 꺼내들고 동네 꼬마들과 나눠먹던 추억이 엊그제 같다.

더구나 긴긴밤 화롯불 앞에서 할머니가 들려주던 곶감과 호랑이 이야기는 핵가족화 되어서 이제는 어디에서도 들어볼 수 없게 됐다.

ⓒ 석길영·홍대기
싸리나무가지 대신 나일론 줄이나 새로 나온 걸개에 끼워 시멘트벽 돌담에 메달아 말리는 곶감 타래도 을씨년스럽지만 외국산 수입과일에 입맛을 버린 요새 아이들은 아빠 엄마의 어린 시절을 맛볼 수 없는 현실이다. 다행히 웰빙의 바람을 타고 다시 곶감이 인기를 끌지만 어린 시절의 아련한 향수는 사라진지 오래다. 올해 100접의 곶감을 생산했다는 영동의 한 촌로는 올겨울에는 서울 사는 손자들에게 수정과의 참맛을 보여주겠다며 곶감을 다른 외국산 과일과 비길 수 있겠냐며 변하는 세태를 푸념한다.

화롯불 앞에서 할머니가 들려주던 전래동화를 들으면 먹던 곶감이 오늘따라 그리워진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