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흐림충주 25.2℃
  • 흐림서산 23.4℃
  • 청주 24.5℃
  • 대전 24.5℃
  • 흐림추풍령 25.6℃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홍성(예) 24.7℃
  • 흐림제주 29.7℃
  • 흐림고산 22.9℃
  • 흐림강화 22.9℃
  • 흐림제천 23.8℃
  • 흐림보은 24.4℃
  • 흐림천안 24.4℃
  • 흐림보령 24.3℃
  • 흐림부여 24.7℃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포토에세이 People & Life - 훈훈한 사랑방의 짚공예

  • 웹출고시간2012.03.18 16:24:1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부엉이 우는 고즈넉한 산골.

저녁을 드신 아버지께서 일이 몸에 밴 습관 때문인지 동지섣달 긴긴밤의 무료함도 달래고 내년 농사 준비를 위해 낮에 물 적셔 추려놓은 짚단을 들고 동네 사랑방으로 향한다.

뜰팡에 벗어 놓은 눈에 익은 신발들을 보며 헛기침 한번을 하시고는 문을 열어젖히며 "저녁들 드셨나!" 인사를 하고 들어서시면 "춥지, 이리 오시게" 하시며 언 몸 녹이라고 아랫목 내어 주시던 정 넘치고 훈훈한 사랑방.

새끼줄을 꼬고, 삼태기 둥그니 등 내년 농사에 필요한 도구를 손수 만들며 내년 농사 이야기도 하고 이웃과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기도 한다.

나일론과 플라스틱이 나오기 전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새끼줄과 칡넝쿨로 모든 끈을 대신하고, 각종 곡식을 담아 놓고 보관하는 용기를 손수 만들어서 사용하던 그때 벼를 털고 난 짚은 소중한 원자재였다.

ⓒ 석길영·홍대기
이엉을 엮어 지붕을 새로 씌우고, 나락을 말리기 위해 만들어진 멍석은 여름철 마당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헤는 낭만의 자리가 되기도 하고, 외양간에 볏짚 두어단 깔아주면 아늑한 소의 잠자리가 되기도 했다.

또 잘게 썰어 꽁 깍지 등과 섞어 가마솥에 삶으면 소의 겨울철 양식이 되기도 하고 땔감으로 사용돼 재가 되기도 하고 다시 걸음이 된다.

마당에 가득 쌓인 볏짚 더미는 농가의 농토를 확인하는 부의 척도가 되기도 했으며 숨바꼭질하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했다.

ⓒ 석길영·홍대기
볏짚 두어단 빼내고 그 안에 숨어 있다가 아늑함에 잠이 들어 어두워지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아 부모님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농사철 농기구와 흙에 거칠어진 아버지의 손바닥이 겨우내 짚을 만지시며 다 닳고 갈라져 피가 흐르고 딱지가 질 때 쯤 산더미 같던 짚더미는 모두 없어지고 봄이 다가 온다.


봄이 막 시작될 무렵 진천읍 연곡리 작은 저수지변의 짚공예를 하시는 어르신을 찾았다.

굽은 등에서 세월의 무게를 지고 오신 고통이 느껴졌고 반갑게 맞으시며 잡으신 두 손은 마디마디 마다 빨갛게 부풀어 올라 보는 마음을 아릿하게 했다.

이제는 이 도구들이 사용 되진 않고 겨우 집안 한 켠 장식품 정도로 만들어 지며 그나마도 배울 젊은 사람이 없다며 안타까워하시는 모습에 우리의 전통 하나가 또 지워지는 것 같아 씁쓸했다.

어르신께서 만드신 짚신을 신고 지난 세월을 살며시 밟아 본다.
글 / 홍대기 작가

사진 / 홍대기·석길영 작가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세종충북지회장 인터뷰

[충북일보] 지난 1961년 출범한 사단법인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시초인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우리나라 가족계획, 인구정책의 변화에 대응해오며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한 세상'을 위해 힘써오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조경순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장을 만나 지회가 도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하고 있는 활동, 지회장의 역할,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조경순 지회장은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세종지회는 지역의 특성에 맞춘 인구변화 대응, 일 가정 양립·가족친화적 문화 조성, 성 생식 건강 증진 등의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33년 공직 경험이 협회와 지역사회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충북도 첫 여성 공보관을 역임한 조 지회장은 도 투자유치국장, 여성정책관실 팀장 등으로도 활약하고 지난 연말 퇴직했다. 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면서 지역의 경제와 성장에 기여했던 그는 사람 중심의 정책을 통해 충북과 세종 주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비상임 명예직인 현재 자리로의 이동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 지회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