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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03 15:24:4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딸깍 시르릉 딸깍 시르릉

문틈 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희미한 불빛과 함께 들려오는 삼베짜는 소리

아직 날이 밝으려면 한참 먼 것 같은 새벽, 베틀이 놓여 진 건너 방에서 어머님의

베 짜는 소리가 어슴푸레 들려온다.

대체 엄마는 언제 잠을 주무시나 생각하다 일정하게 들려오는 베 짜는 소리가

나무와 나무가 부딪치며 나는 소리이기에 금속성 소음과 다르게 자장가처럼

들려 또 다시 꿈속으로 빠져든다.

손발이 갈라지는 고통을 참으며 짜던 삼베

옛말에 삼베짜는 며느리에게는 엄하기로 소문난 시어머니도 밥을 해준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힘든 작업이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한 것 같다.

지금은 경작하기도 힘든 삼베를 어렵게 구해 삼 껍질을 베껴 햇볕에 잘 말린 다음 껍질을 찢어 무릎에 대고 한올 한올 실을 이은 후 물레를 돌려 거친 실로 엮은 다음 갈색의 삼베실을 곱게 만들기 위해 잿물 표백작업을 한다. 표백된 삼베는 흐르는 냇물에 씻겨 고운 연노란 자태를 띠게한다

삼베실은 베틀에 올리기전 불을 피워서 빳빳하게 풀을 먹여 천으로 짜여지기 좋게 또 한번의 손질을 거친다. 이를 베메기 작업이라 하는데 실에 장력을 주고 마찰을 견디게 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어려운 단계 단계를 거쳐 실을 베틀 실통에 감은 후 삼베를 짜내야 노랗고 반듯한 삼베가 완성된다.

ⓒ 석길영·홍대기
베틀에 앉으면 가녀린 허리에 부테를 매고 허리 한번 편히 쉬지 못한 채 꼿꼿한 자세로 해야 하는 힘든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에는 습도가 낮아 날실이 끊어지는 관계로 이른 새벽과 밤에만 해야 했다. 낮엔 들에 나가 길쌈 매고, 삼시 세끼 끼니 챙기며 새벽과 밤에 베짜는 여인의 삶이 얼마나 고달팠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어느 글에서 허리에 부테매고 베틀에 앉은 여인을 천사라 비유 했던 말이 생각나는데 이런 삶에 지친 여인네가 되어 보았다면 그런 표현은 하지 않을 것 이다.

속리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싼 고요한 보은의 산골마을인 내북면 봉황리의 조그만 작업실에서 가장 서민적이었던 옷이 지금은 가장 비싼 옷으로 탈바꿈한 상전벽해 속에 묵묵히 삼베 만들기 삼매경에 빠져 사는 최문자씨, 삼베짜는게 좋아 전통 삼베를 28년간 짜오고 있다.

그녀가 삼베에 매력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살 되던 지난 1983년부터다. 고향인 충남 서산시 성연면 '베 짜는 마을'에서도 삼베 짜는 솜씨가 유명했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그녀도 자연스럽게 삼베 짜는 법을 배웠고 삼베를 자식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게 됐다.

최씨의 작업실은 삼베에서 나오는 은은하고 옛 생각에 빠지게 하는 오묘한 냄새로 가득하다. 이런 소중한 공간에서 베틀 작업을 보면 세상 시름 다 잊고 무념무상에 빠진다.

베틀에서 느리지만 조금씩 만들어지는 삼베를 보면 나만의 예술품이 탄생되는 것 같아 밥 없이는 살아도 삼베 없이는 못산다며 삼베에 지극한 애정을 보인다.

ⓒ 석길영·홍대기
그런 최씨에게도 아픔은 있다.

삼베 짜는 솜씨를 잘 아는 주위의 권유로 충청북도 무형문화재로 신청했지만 지정된 무형문화재 명인에게 삼베기술을 전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깝게 탈락하고 말았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최씨의 삼베는 품질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고 우수하지만 단지 계보와 수상경력이 없기 때문에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지 못한다고 했다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또 다른 걱정은 우리 생활속 깊이 들어온 값싼 중국산제품이다

국산 삼베가 중국산 보다 옷감이 질기고 단단하며 향균력도 뛰어나지만 찾는 이가 드물고 전통적인 방법이 사라져 가는 것이 못내 아쉽다.

어쩌면 최문자씨가 짜는 삼베는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느림의 미학일지도 모른다.
글 / 홍대기 작가

사진 / 홍대기·석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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