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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People & Life - '김장하는 날'

집안의 작은 잔치

  • 웹출고시간2012.12.02 15:51:1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기억하시나요? 학창시절 새벽에 일어나신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에 빠지지 않았던 도시락의 단골반찬.

시큼한 국물이 새어 가방과 책갈피에 흥건히 젖어 신 냄새 풍기던 김치.

비오는 날 간식거리로 만들어 먹던 김치전.

아버지의 따스한 술국으로 익어가던 김치찌개.

요즈음 같이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김장의 역할이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는 행사가 아니지만 어릴 적 김장하는 날은 가까운 친지나 가족들이 모이는 작은 명절이었다.

ⓒ 석길영·홍대기
산더미 같이 쌓인 배추도 함께 손을 더해 맛을 내는 겨울 김장하는 날.

아버지는 자식들이 내려오기 전날 텃밭에서 속이 꽉 찬 튼실한 배추를 골라 겉잎과 배추꼬랑이를 뗀 다음 소금물에 배추를 적시면서 절여둔다. 배추가 제 숨을 죽이고 알맞게 절여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양념거리를 다듬고, 무를 손질하여 배추 속을 준비한다. 하루가 지나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잘 절여진 배추를 다시 물에 씻어 적당히 소금기를 다음 큼직한 채반에 놓아 물기를 뺀 다음 온가족이 둘러앉아 김치 속을 넣는다.

김치 속의 기본 재료는 무 채 썬 것, 미나리, 갓, 파, 마늘, 생강, 젓국, 소금, 고춧가루, 청각 등이고 표고버섯, 생굴, 조기젓, 생새우, 생선 살 등을 넣기도 한다. 배추 속을 넣으면서 배추의 노란 속잎을 한두 장씩 싸서 속대쌈을 만든다.

ⓒ 석길영·홍대기
어머니는 한 가지 김치만을 만들지 않는다. 명태를 갈아 넣어 맛을 낸 깍두기. 또 백김치와 채김치 그리고 고들빼기김치, 시원하고 쌉쌀한 갓김치 그 종류만 해도 10여 가지 이상이나 되었다. 빨간 고무장갑 속에 하얀 김치들이 빨간 양념에 하나 둘 버무려 고운 신부마냥 화장을 하면 어느새 미리 준비해 둔 김치 통에 담겨져 뒤뜰에 마련해둔 김칫독에 담는다.

이제는 냉장 기술이 발달되어 김치 냉장고가 집안에 하나씩 있어 김치광을 따로 만들지는 않지만 옛날에는 알맞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뒷마당에 김치광을 따로 두고 그 안에다 김칫독을 묻은 다음 짚방석으로 덮어 두었다. 짚방석으로 덮으면 방한에 좋을 뿐 아니라 미생물이 잘 번식하여 숙성이 잘되기 때문이다.

김치를 만드는 동안 한쪽에서는 무쇠 솥에 불을 지펴 돼지고기를 삶아내서 갓 버무리 김치와 싸먹는 즐거움은 세상 어떤 맛보다도 달콤하고 향기로운 맛이었다.

ⓒ 석길영·홍대기
밤새 눈이 내리면 그 눈속을 헤집고 김치단지를 찾아가던 그길. 정답게 김치를 덮고 있는 볏집과 그 위에 소복이 쌓인 눈이 운치를 더해주고 살짝 살얼음이 얼은 김치는 고생한 어머니의 큰 손과 고향의 향수가 더해져 맛과 행복을 오래도록 지켜준 것 같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김치가 없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한국인들이 김치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김치가 그만큼 훌륭한 식품이기 때문입니다. 김치는 지방, 풍습, 기호, 계절에 따라 김치의 재료와 양념, 담그는 법과 시기가 다르며 맛도 가지가지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사철 언제나 채소를 구할 수 있어 이와 같은 계절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식품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기도 한다.

고향마을에 들어서면 향긋한 김치냄새가 난다.

빨갛게 익어가던 김치냄새 속에 고향마을의 정겨움과 서민들의 애환과 기쁨이 모두 담겨져 있다. 김치를 담그던 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행복과 가족들의 우정을 쌓을 수 있었던 그해 겨울은 다시 돌아가고픈 추억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못내 씁쓸하다.

이 겨울 맛있게 익어가는 김치처럼 마음에도 행복한 겨울눈이 내려주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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