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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10 15:59:1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하늘빛 어리고 구름이 흐르는 어느 곳이나 정으로 넘치는 우리네 물가

여자들이 옹기종기 모여든 빨래터의 방망이 소리는

산자락 끝까지 퍼져 나갔다가 되돌아온다

타닥-타닥-타닥-타닥-타닥-타닥--

흐르는 물에 송사리가 유유자적 헤엄을 치고 가재가 모래 장난을 친다.

다라에 빨랫감을 가득 이고 아낙들이 재잘대며 다가오자 풀숲으로 돌 틈 사이로 잠시 자리를 피해 준다.

자연이 준 하나의 공간을 인간과 생물이 적당히 어우러져 나눠 쓰며 함께 공존하던 아름다운 시절….

수근덕수군덕 마을을 구르던 소문도 물처럼 흘러가던 빨래터.

바구니 그득한 빨랫감들이 제 사는 모양새처럼 못내 부끄러운양.

아낙네는 잰 걸음으로 빨래터를 찾는다.

동네 살림살이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곳이며 들일을 마치고 땀에 젖은 옷을 빨면서 하루의 고단함도 함께 행궈 내던 빨래터.

찰팍 찰팍 바가지 닿는 소리가 정겨운 그곳은 아낙들이 옹기종기 모여 그녀들만의 수다가 시작된다. 벙어리 삼년 귀머거리 삼년 장님 삼년을 살라며 갓 시집온 새색시도 빨래터 에선 귀를 열고 소리를 듣고 눈을 떠 맑은 물을 바라보며 입을 열어 마음껏 수다를 떨고 웃을 수 있는 아낙들만의 공간.

남편 얘기, 아이들 얘기 등이 오가는 가운데 무엇보다도 가장 큰 화제는 고된 시집살이가 아니었을까.

흘러가는 물줄기 소리와 방망이질 소리를 방패삼아 속닥속닥 수근수근 그녀들의 설움과 한을 토해내며 쉴 새 없이 방망이를 두드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세상소식과 정보를 공유했던 사랑방이었다.

ⓒ 석길영·홍대기
마음에 쌓인 얘기를 훌훌 털고 나면 개울물에 씻어낸 뽀얀 빨래처럼 속이 후련해지고 제 빛깔을 찾은 옷가지들을 햇살아래 탁탁 내어 놓는다.

그 곁에 한가로이 부는 바람, 하루를 보내는 아낙네의 노곤함도 함께 거두어 간다.

격의 없이 얘기를 나누다 보면 모두가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는 여가의 장소였으며 어른들의 노동 장소가 아이들에겐 더없는 놀이터가 되었던 빨래터.

나물을 씻고 기저귀를 빨아도 누구하나 탓하는 이 없는 빨래터가 이제는 발달한 가전제품들에 자리를 양보해주고, 세월의 흐름과 함께 종적을 감추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추억이 되었다. 그러나 빨래터에 모였던 그녀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물 따라 흘러가고 있는 듯 느껴진다.

빨래터, 그곳에는 여전히 삶이 흐르고 있다.
글 / 홍대기 작가

사진 / 홍대기·석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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