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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People & Life - 농부들의 사랑방 '정미소'

  • 웹출고시간2012.04.01 17:52:4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옛말에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방앗간에는 먹을 것이 많았나 보다. 추수가 끝난 농촌에서는 벼나 보리, 밀 수확을 하면 으레 정미소로 모두 모였던 시절이 있다.

정미소 앞마당에 곡식을 가득 싫은 짐마차들이 길게 들어서고 검게 그을린 농부들이 담배 한 대 물고 푸념하는 모습에서부터 좋은 가격에 환하게 웃는 모습, 수레에 곡식을 가득 실고 와서 탈곡 후에 다시 쌀을 실고 가는 모습 등이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에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마을마다 하나씩 있었던 동네 정미소는 농부들의 사랑방이고 의견을 교환하는 주된 장소였다.

'쿵쿵쿵' 힘찬 원동기가 내뿜는 소리가 청각에 다가오는 추억의 소리라면 시각으로 오는 기억은 뽀얀 쌀겨먼지를 덮어쓴 방앗간 아저씨의 모습이다.

펑펑 쏟아져 나오는 하얀 쌀, 쌀밥 한 번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던 시절,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흰쌀은 바라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일이었다.

코털까지 하얗게 먼지를 쓴 방앗간 아저씨는 시나브로 쌀을 한 웅큼 씩 집어 쌀이 잘 찌어 졌나 확인하곤 했다.

옛날이야기지만 시골에서 정미소를 운영한다고 하면 마을 유지라고 할 정도로 잘 나갔지만 지금은 가동을 중단한 정미소들이 대부분이고 어느 사이엔가 하나 둘 자취를 감췄고,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귀한 풍경이 됐다.

ⓒ 석길영·홍대기
정부의 양곡수매량이 늘어난 데다 농협이 운영하는 대형 도정공장이 들어서고, 집집마다 도정기계가 갖춰지면서 마을의 가장 큰 공장이었던 옛날 정미소는 입지가 없어지게 됐다.

특히 찧은 지 오래된 쌀은 수분이 날아가 밥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 농가들은 이제 집에서 먹을 만큼의 쌀만 찧는다.

결국 거대한 함석지붕이 하늘을 찌르던 마을 최고높이의 공장은 바람구멍만 쑹쑹 난 폐허로 남았거나 없어졌다. 길게 늘어진 거미줄에서 세월의 흔적만 알 수 있다.


# 이토록 귀한 쌀이 하얀 눈처럼 펑펑 쏟아지는 방앗간

시골 남녀의 사랑을 키우는 물레방앗간부터 두 명의 장정이 손잡이를 잡고 돌려 시동을 거는 괴물처럼 생긴 발동기 방앗간, 버스 엔진으로 돌리던 엔진 방앗간 그리고 지금의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현대식 방앗간. 그러고 보니 방앗간도 시대에 따라 만은 변천을 해 왔다.

어쩌면 우리의 대문간에 있던 절구가 방앗간의 원조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발로 밟는 디딜방아, 가축을 이용한 연자방아, 물을 이용한 물레방아.

이토록 우리 서민과 가장 밀접했던 방앗간도 이제는 대형 정미공장인 RPC라는 것에 밀려 하나 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 석길영·홍대기
진천읍 지암리의 삼영정미소를 찾았다.

4대째 가업으로 이어져 오는 이곳엔 아직도 예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반가웠다.

뽀얀 쌀겨 먼지가 지나온 세월처럼 켜켜이 쌓여 있고 나무 송판에 통나무로 역어 만든 방아 틀에서 하얀 쌀이 쏟아지는 모습이 너무도 정겨웠다.

물레방아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자리를 지키며 대를 잇는 이분들에게 변화의 물결이 살짝 비켜 가길 바래본다

정미소는 그 시대의 고단했던 삶의 현장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기 때문에 추억의 실타래는 풀어도 풀어도 끝이 없다.

모든 이야기가 모이는 곳, 이른바 스토리텔링의 집약소이자 마을 공동체 문화의 출발점이었다.
글 / 홍대기 작가

사진 / 홍대기·석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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