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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People & Life - 불꽃 속에 핀 정열

옥천요 이숙인 도예가

  • 웹출고시간2012.06.24 16:24:3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흙냄새 나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 있다.

30년 세월 동안 변하지 않는 순정으로 흙을 빚고 말리고 굽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고된 작업. 도자기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아니었다면 그 기나긴 세월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1300도에서 구워야 제 모습을 드러내는 도자기는 만든 사람을 닮는다고 한다.

옥천군 군북면 소정리 낮은 산 아래 옥천요에 둥지를 튼 이숙인(65·여)씨는 전통 장작가마를 이용해 도자기를 굽는 여류도예가다.

ⓒ 석길영·홍대기
한평생 누군가의 삶을 담는 그릇이 되어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욕심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그녀는 몇날 며칠씩 나무로 불을 지피는 일을 마다 않고 심혈을 기울여 땀으로서 작품을 탄생시킨다.

그녀에게 있어 도자기의 시작과 근본은 흙이다. 도공과 하나가 되어 부드럽고 유연하게 자기에게 생명을 불어 넣는 힘 그것이 흙인 것이다. 그러기에 도자기를 빚는데 있어 좋은 흙은 생명과도 같다.

사실 전국에 흔한 것이 흙이다. 그렇지만 좋은 흙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다. 도공은 흙만 좋다면 전국 어디든 마다 않고 찾아가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고집과 집념이 묻어난 특별한 작품이 탄생한다.

이숙인 도공은 주로 산청과 태안 등에서 도자기 재료로 쓰일 흙을 직접 준비한다.

흙은 그의 손의 떠난 적이 없다.

흙 자체를 하루라도 안 만지면 온몸에 힘이 빠진다는 그는 흙을 만지면 신이난다.

어쩔 수 없는 도예꾼이다.

하나의 도자기가 완성되기까지 수 십 차례의 정성스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부분 기계로 반죽을 하지만 그릇의 부드러움을 살리기 위해 적당한 물을 부어 손으로 직접 반죽하는 전통을 고집한다. 원하는 형체를 빚어 성형을 끝내면 다음은 단단해진 숨결을 따라 문향을 새기고, 틀을 잡고, 다듬으며 오로지 좋은 작품보다는 자연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초벌구이에 물먹이(유약)를 한 다음 눈을 박고 정성껏 빚은 자기가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쌓아 올린다. 유약은 화학약품이 아닌, 각종 과수나무 재와 물토로 만든다.

자기를 만드는 일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불때기다.

3년간 소중하게 건조시킨 소나무 장작으로 1300도의 온도로 불은 지피기를 이삼일. 미세한 온도에서도 흙속에서 색채의 마법을 부리는 게 도기이다. 그래서 한시도 자리를 떼지 못하고 얻어지는 작품은 산고와 진배없는 인내와 고통이 따른다.

ⓒ 석길영·홍대기
투박하지만 흙과 불, 그리고 도공의 혼과 하늘의 뜻이 빚은 도자기 그 속에 우주가 있다.

그렇게 도자기는 긴 인고 끝에 세상 밖으로 태어나게 된다.

30여년을 도자기를 만들어 왔지만 좋은 그릇에 대한 욕심은 변함이 없다.

내 삶에 도자기가 없었다면 이미 세상을 포기할 수 있었다고 단오하게 말하는 도자기 장인 이숙인 선생, 나는 죽어서 없어져도 내가 만든 도자기는 오래도록 사람들과 마주하며 대화를 하고 평가를 받는다는 생각으로 그릇하나를 세상에 내놓기 위해 생명이 다할 때까지 숨결과 혼이 담겨져 있는 색깔 있는 도자기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한다.

ⓒ 석길영·홍대기
그래서 그의 도자기는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서민들의 삶을 담는 그릇으로 살아갈 것이다.

스승 천한봉(한국전통도예분야 명장) 선생한테 도자기를 배운 작가는 흙을 만질 때는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화가 나거나 마음이 산란한 상태에서 그릇을 빚으면 그 마음이 그릇을 접하는 손님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해 늘 겸손한 마음으로 그릇을 빚는다고 말했다. 아마 스승의 가르침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숙인 선생의 아들도 일본 유학을 마치고 어머니의 업을 이어 도자기를 빚고 있다.

그런 아들이 대견하면서도 항상 당부의 말을 잊지 않는다.

노력하고 창작하는 도예가, 전통을 지키고 느림과 기다림을 배우고 한국전통장작가마의 우수성을 알리며 삶에 유용한 도자기를 만들라고….

쉽고 간편한 방법도 알고 있지만 도자기 최고의 아름다움은 인간의 손끝과 마음에 담겨있다고 생각하는 이숙인 선생. 그녀의 청정심(淸淨心)으로 빗은 도자기에 한국전통의 혼(魂)이 담겨있다.
글 / 홍대기 작가

사진 / 홍대기·석길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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