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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8.05 15:28:3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 석길영·홍대기
혼기가 찬 처녀 총각에게 "국수 언제 먹여 줄겨?" 하는 이 말은 언제 결혼하냐는 말의 대명사다. 농번기나 하다못해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 어김없이 새참으로 나오던 국수, 너무나 흔하디 흔해서 일까 음식보다는 하나의 간식으로 생각하는 국수.

어린시절 어머님이 돗자리와 홍두깨를 꺼내 놓고 밀가루 반죽을 하시는 모습만 봐도 오늘도 국수구나 하며 철부지 어린마음에 "또 국수여~"하며 투덜대며 어머님 마음을 아프게 한 기억이 난다. 한 달에 반 이상을 칼국수나 수제비로 저녁을 대신 했으니 쌀밥이 먹고 싶은 마음에 투정이 저절로 나왔다.

식구는 많고 농지가 부족했던 그 시절, 산을 개간하여 밭을 일구면 정부는 미국에서 원조로 들여온 밀가루를 지원 해 주었다. 아버님은 가족들을 위해 뜨거운 여름날 재 넘어 작은 산에 나무를 캐내고 계단식 따비밭을 일궜다.

ⓒ 석길영·홍대기
그렇게 얻어 온 밀가루로 거의 매일 칼국수와 수제비를 먹으니 싫증이 난 나는 엄마 동그란 국수해줘. 동그란 국수, 옛날 어른들은 이것을 누른 국수라 했다.

홍두깨와 어머니가 손이 만나면 조그마하던 반죽이 마법같이 맷방석처럼 넓게 펴져 신기하기만 했던 칼국수. 반죽을 접어 칼로 곱게 썰 때 옆에 지키고 있다 국수 꼬랭이를 달래다 아궁이에 구워 먹으며 행복했던 시절. 어머니는 국수를 매일 해주는 게 좀 미안했는지 좀 더 맛을 내기 위해 콩가루, 감자 전분, 달걀을 넣으실 때도 있었다.

참기름 들기름을 짜고 고춧가루를 빻는 방앗간에서 기계로 뽑아낸 국수!

지금은 공장에서 생산하여 위생적으로 비닐봉지에 담아 제조일자 유통기한을 표기해 슈퍼에서 판매 하고 있지만 예전엔 읍내 장터에 국수 만드는 집이 한두 군데는 있어 대나무 막대기에 기계에서 나온 가느다란 국수를 길게 늘어트려 햇볕에 말리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누런 밀가루 부대 종이를 잘라 한 바퀴 감고 종이로 만든 노끈으로 묶거나 신문지로 말아 짚으로 묶은 기계국수!

충주의 전통 재래시장 한 켠에 밀가루 부대로 포장된 국수를 보고 너무 반가워 무작정 들어가 이 국수 만드는 곳을 알려 달라 해서 찾은 오복생칼국수집.

한눈에 들어오는 작업공간은 여기 저기 밀가루와 전분으로 하얗게 분칠을 했다. 젊은 주인장의 바지에도 신발에도 웃옷에도 밀가루가 묻지 않은 곳이 없는 천상 국수집.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공정은 반자동화시스템으로 바뀌었지만 국수는 여전히 잔손을 많이 요했다. 반죽 통에 밀가루를 털어 넣고 소금물을 떠서 혼합하면 컨베이어를 타고 롤러에 감긴다. 잘 이겨진 반죽은 두 개의 롤러에 나뉘어 감겨 다시 두 개를 하나로 누르게 되는데 이 과정을 반복하며 탄력이 생긴다. 이렇게 누르기를 네 차례 정도 하면 오복생칼국수집만의 쫄깃함이 완성된다.


ⓒ 석길영·홍대기
충주 전통재래시장 시장 한켠에서 오로지 어머니의 손맛을 재현하는 오영환(52)씨 국수가게를 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청주에서 유명한 국수가게(우암국수)를 하는 처남의 영향이 컸다.

이미 유명해진 처남가게에서 3년 동안 반죽법, 배합법 등을 배우고 충주전통시장 한 켠에 국수집을 냈다.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라 그런지 눈빛만으로 손발이 척척 맞는다.

작업은 고되지만 부부가 함께하며 수많은 국숫발을 뽑아내면서 오씨 부부 인생도 참으로 차지고 쫄깃해졌다. 사계절 어느 때나 사랑받는 손칼국수, 메밀국수, 잔치국수 등 맛과 영양, 식감까지 고려한 오복생칼국수는 확실히 다른 국수공장과 차별화되면서 입소문을 통해 찾는 사람이 많아져 행복하다고 한다.

주인장은 말한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던 그 맛을 똑같이 손님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다부진 그의 말속에 칼국수의 구수함이 느껴진다.

추운 겨울날 잠시 기차가 정차한 5분 정도의 촉박한 기차 출발시간에 쫓기며 후다닥 먹었던, 끝내 다 먹지 못한 국물의 아쉬움이 남는 '역전 가락국수' 추억처럼 어머니의 손맛을 가장 잘 표현하는 국수집이길 바래본다.(☏ 오복생칼국수 043-854-9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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