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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시인

오늘도 두 군데서 체온을 쟀다. 어딜 가나 체온계가 문지기 역할을 한다. 체온을 재고 입장이 허용되면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오늘도 코로나로부터 내 몸이 잘 지켜졌다는 것에 대한 안도이다. 지금까지 365라는 숫자가 이렇게도 많이 언급된 적이 있을까. 그 온도의 중요함이 이렇게 절실한 적이 있었을까. 높지도 더 낮지도 않은 36.5의 정도를 지키기 위해 온 지구인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침 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온 가족이 뿔뿔이 집을 나서고 저녁 식사 때 밥상에 둘러앉는 것이 내게는 익숙한 가족의 풍경인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는 학생들, 회사에 가지 않는 직장인, 노인정에 가지 않는 어르신들, 뭐가 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주민센터나 평생교육원의 모든 프로그램도 멈추게 되었으니 중장년들은 갈 곳이 없다. 덕분에 Zoom을 이용한 몇 가지 교육을 들어 볼 기회가 생기기는 했다. 어떤 것을 카톡을 이용한 토론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급변한 세상을 따라가기가 버겁다. 처음에 Zoom이 뭔지도 몰라서 당황했다. 내방 내 침대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였지만 노인의 허리로 두세 시간 수업을 듣는 것은 무리였고 카톡을 이용한 토론 수업은 글자를 치는 속도가 늦으니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젊은이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고 긍정적인 면에 박수를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카톡을 이용한 대화의 주제가 365였다. 일 년이 365일이고 우리의 체온도 36.5도라는 공통의 숫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365라는 불변의 숫자가 지켜지지 않을 때 일어나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언제나 36, 5도라는 체온은 그냥 주어지는 것인 줄 알았다. 적당한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고 적당한 음식의 섭취로 균형을 지켜나가야 하고 올바른 생각으로 건강한 정신을 담아나가야 36.5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무심히 넘기고 지냈다.

코로나처럼 고약한 것들이 내 몸을 침범하게 되면 먼저 36.5라는 체온을 잃는가 보다. 늘 저절로 유지되는 것인 줄 알았던 365를 지키는 것이 이렇게 어렵고 중요할 줄이야.

살면서 늘 내 것인 줄 알았고 늘 내 곁에 있을 것으로 알았던 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그 상실감이 얼마나 큰지 알면서도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마음 온도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향한 마음 온도도 정도를 벗어나면 잃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미움 온도가 높으면 상대뿐만 아니라 자신의 마음마저 불살라버리게 된다. 반대로 상대를 향한 마음이 얼음처럼 냉정하다면 둘뿐만 아니라 주변을 온통 동토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정도를 지킨다는 것은 체온도 마음 온도에도 다 통하는 말인 것 같다.

예전에 누군가가 나를 힘들게 한 적이 있었고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젊은 날의 열정이라고 사람들은 좋게 넘어가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리석고 어쩌면 위험하기도 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의 감정이나 미움의 감정은 36.5도를 유지하게 하지 않았다. 내 속에서 무언가가 끓고 있었고 들뜬 열기로 머리가 아프기도 했었다. 상대를 괴롭게도 했고 나도 힘든 날을 보냈었다.

일 년이 365일이 아니라면 내 나이는 얼마일까. 체온이 36.5도를 지키지 못한다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생길까. 마음 온도가 36.5를 넘는다면 세상이 얼마나 시끄러울까. 정도를 지킨다는 것, 정상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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