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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보도블록 틈새에 홀씨를 다 날려 보낸 민들레가 용케도 잘 버티고 있다. 봄이 시작 되면서 아파트 뒷산으로 민들레를 캐기 위해 쏘다니던 생각이 난다. 길을 가다가 보도블록 틈사위에 솟아난 민들레는 눈에 잘 띄고 알아보기도 쉽지만 풀이 잔뜩 있는 벌판에서 민들레를 찾는 일은 쉬운 것은 아니었다. 민들레가 알레르기나 아토피에 좋다는 말을 들은 듯해서 봄이면 심한 알레르기에 시달리는 나와 아들을 위해 사용해 보고 싶었는데 포기하고 말았다. 낮은 산을 뒤지다 잔뜩 손발이 얼어서 그냥 내려와서는 쉽게 양약을 사먹기로 했다.

민들레는 아주 납작하게 자리를 틀고 앉는다. 동의보감에 '므온드레' 또는 '안즌방이'로 기록이 되어 있다고 한다. '안즌방이'라는 말이 정겹게 다가왔다. 납작하게 땅에 붙어서 피는 모양을 잘 나타내준 것 같다. 이문재 시인은 민들레 압정이라는 표현을 했을 정도이고 보면 아주 낮게 피는 식물이다.

민들레를 볼 때마다 사람들은 요즘 보이는 민들레는 다 서양민들레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 민들레는 어떻게 생겼는지가 궁금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얀 민들레가 우리 토종이고 노란 민들레가 서양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구분이 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흰민들레라는 종이 있고 서양민들레라는 종도 있다.

우리 민들레와 서양민들레의 구분은 꽃받침의 외피로 구분을 한다. 서양민들레는 외피가 젖혀져있지만 다른 종류는 꽃잎에 붙어 곧추 서있다. 잘 구분을 하려면 꽃의 아랫부분인 꽃받침 쪽을 보아야 구분이 될 것 같다.

땅바닥에 붙어 꽃이 피지 않으면 잘 눈에 띄지도 않는 꽃에 관심이 가진 않았었다. 대중가요인 민들레 홀씨라는 노래가 나오면서부터 민들레에 관한 관심이 생겼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민들레에 관한 관심이 아니라 그 노래를 기가 막히게 잘 부르는 어느 남성을 향한 관심이었다. 민들레 홀씨가 바람을 타고 알 수 없는 곳으로 훨훨 날아가듯 그와의 인연도 부질없는 일이 되긴 하였지만 그때부터 민들레라는 풀에 시선이 갔다.

그러나 세월이 가고 연연한 애틋함도 사라지는 것인지 내 집 담장 밑이나 인도의 블록 틈사위에 민들레가 자리를 잡으면 가차 없이 뽑아내곤 했다. 민들레는 뿌리가 깊어 오래두면 잘 뽑히지 않는다. 화단 한편에 자리 잡은 민들레를 잡아 뽑으려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던 적도 있다.

며칠 전 집에 갇혀 있는 것이 지루하고 답답하여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 산책을 나섰다. 위대하다는 인간이라는 종이 그 작은 바이러스를 이기지 못하고 전 세계 사람이 대피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니 어쩌면 들에 지천인 잡초보다 못한 것이 인간의 명줄인지도 모르겠다.

건널목을 건너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블록의 틈에서 홀씨를 다 날려 보낸 민들레가 지친 기색으로 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때 같으면 뿌리를 깊이 내리면 블록이 들려서 보행에 지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로 문질러 뽑아내는 편인데 오늘은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어디든 훨훨 날아가 척박한 곳에서도 터를 잡고 뿌리를 내리고 자손을 번식해 나가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다.

아름다운 꽃도 잡초로 보면 잡초이고, 잡초도 꽃으로 보면 꽃이라고 했던가. 우리 토종이건 서양 것이건 오늘은 건강한 것들은 다 예쁜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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