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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2.12 16:42:33
  • 최종수정2019.12.12 16:42:33

김혜경

청주시인협회

냉기가 병실 문을 노크도 없이 드나든다. 폐쇄된 공간인 것 같지만 속없이 오픈 된 공간이 병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고 없이 문병객이 찾아오고 야쿠르트를 팔거나 옷을 파는 잡상인도 아무 제약 없이 들락거린다. 아침에 침대 끄는 소리가 요란하더니 건너편 병실에 환자가 들어왔다. 기다리는 일밖에 할 일이 없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눈길이 모두 침대 끄는 소리를 따라 간다. 잠시 후면 그 환자의 병명과 출신지, 가족사항이 간병인들을 통해 곧 전해질 것이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간병은 북한의 억양이 강한 분들이 맡고 있다. 그들의 독특한 억양과 높고 강한 말소리가 복도를 가득 메운다. 암환자라는 소식이 금세 전해졌다. 나도 궁금하여 환자의 병실문 밖에 적혀 있는 표찰을 유심히 보다가 나보다 어린 나이라서 깜짝 놀랐다. 누워 있는 여인의 모습은 분명 머리가 백발인 노인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냉기가 어느 병실이나 들락거리듯 암이라는 못된 병도 누구의 몸이든 제멋대로 드나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순이 채 되지 않은 나이라면 한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 교육을 다 시키고 짝을 지워 거의 살림을 차려 내보내고 하나 둘 늘어나는 손자들의 재롱을 보고 있을 어쩌면 인생의 황금기인지도 모르는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따라 아이의 몸에서 열이 펄펄 끓는다. 애가 닳아 간호사를 찾아 병실문밖을 서성이는데 한 남자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전화를 돌리고 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으니 어서들 오라는 얘기인 것 같다.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열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가 생을 놓으려 한다니 두렵다는 생각보다 허망하다는 생각이 먼저 스치고 지나갔다. 새벽이 될 때까지 그 남자는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나는 간호사를 불러들이고 있었다. 아이의 열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설핏 잠이 들었다. 잠시 후 젊은 여인의 울음소리에 '아, 가신 모양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시끄러워질 병실을 먼저 걱정하는 내 이기심에 나도 놀라고 말았다. 나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던 잠시 너무나 잠시 하룻밤을 한 공간에서 머물고 간 사람이지만 그녀의 명복을 빌어주기 이전에 잠을 설칠 내 아이와 피곤에 지쳐 흘러갈 나의 내일을 걱정했을 뿐이다. 딸인 듯한 여자의 울음이 짧게 지나가고 아무도 울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마도 오래도록 병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었기에 가족들도 적이 지쳐있었던 모양이다.

귀하게 생명을 얻어 힘차게 생을 시작했건만 참으로 산다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다. 그녀만이 그렇겠는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도 울어주지 않는 죽음이라면 생이 얼마나 초라할까. 돌아가는 길이 얼마나 무거울까. 나는 어떻게 살아오고 있었던 걸까.

의사의 사망진단이 내려지고 장례사들이 오고 그녀는 요란한 침대소리를 내며 어제 들어왔던 그 길을 되짚어 나갔다. 급하게 시트가 치워지고 환기를 시키고 오후에는 새로운 환자가 입실을 하였다. 옆의 어르신이 사는 게 그런 거라고 하신다. 자연의 거대한 진리에 따라 생이 시작되는 것이고 자연의 냉정한 질서에 따라 생이 접혀지는 것인 모양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너무도 많은 종류의 생명들이 스러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존재라는 것은 없으리라.

내가 차지했던 자리, 내가 소유했던 것들을 비워두고 가는 것이 삶이 아니겠는가. 애써 심란한 마음을 지우며 자꾸만 파고 들어오려는 냉기를 막으려 창문을 닫아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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