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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

쓸데없는 짓인 줄 왜 모르겠는가. 그러면서도 연초가 되면 늘 궁금해지는 것이 올해의 운세이다. 집집마다 근심되는 일 한가지씩은 있을 것이고 기막힌 행운이 찾아오길 기대하는 심정으로 운세를 보게 된다. 금년은 다른 해보다 더 특별하다. 작은 아이의 혼사를 앞두고 있으니 앞날이 더 궁금하기도 하다. 펼쳐보아서는 안 되는 금서 같은 것이 미래라는 것 아니겠는가. 결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더 펼쳐보고 싶은 모양이다.

늘 욕심과 걱정은 끝이 없는 것인지 제 앞길을 잘 알아서 가는 아이들의 걱정을 사서하고 있다. 이젠 나를 위한 여가의 시간을 가져도 될 때인데 공연히 잠이 오질 않는다. 내게도 아직 짝이 정해지지 않은 또 다른 아들이 하나 있기에 근심을 내려놓지는 못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을 결혼시키는 일은 전투를 치루는 일과 다르지 않다. 우리 때에는 스물다섯만 넘으면 노처녀라고 어머니들 시름이 땅에 까지 내려왔었다. 지금은 딸 아들을 가리지 않고 서른다섯 안쪽으로만 가줘도 감사한 일이다. 정작 본인들은 결혼에는 관심도 없으니 부모들은 올해는 방 빼라고 아우성을 치다가 서로 부딪치고 서로 상처입고 뉘집 자식 결혼시킨다는 말만 들으면 부아가 치밀어 그날은 한바탕 집구석이 뒤집히곤 한다. 요즘 결혼상담소에 넘쳐나는 것이 잘나가는 노처녀, 노총각들이란다. 학업과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좋은 직장도 얻고 돈도 벌었는데 짝을 놓친 골드미스, 골드미스터들. 그 골드가 유리구슬만도 못하게 넘쳐나는 세상이다.

요즘 아이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오두막일지언정 알콩달콩 소꿉놀이 같은 살림을 차려보고 싶지 않은가· 보글보글 끓는 찌개를 함께 떠먹고 싶지 않은가· 남편의 와이셔츠를 빨며 고단한 하루를 읽어보고 싶지 않은가· 코를 막고 아내대신 연탄을 갈아주고 싶지는 않은가·' 지나간 세월의 한 페이지를 닫지 못하는 내 독백인 모양이다.

멀리 있는 친구가 연초만 되면 한숨을 끌고 찾아온다. 지난해도 아이의 혼사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또 한해를 넘긴 답답한 심정에 훌쩍 집을 나서게 된단다. 그 친구도 아이들 혼사만 아니면 아무 걱정도 없을 터였다. 노후 걱정도 건강 걱정도 아이들 취업 걱정도 없는데 단 한 가지 아이들이 결혼에 뜻이 없는 게 걱정이다. 손자들 뒤치다꺼리하고 있는 친구들을 흉보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늦어지는 손자 걱정도 버릴 수가 없다.

서른을 훌쩍 넘긴 딸을 가진 친구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운세를 보러 나섰다. 가는 내내 서로 말이 없다. 출세를 한다는 말도 돈을 많이 번다는 말도 필요 없다. 올해는 아이들이 제짝을 만나 평안하게 살 거라는 말만 들었으면 좋겠다.

근엄한 할아버지가 우엉차를 끓이며 안 봐도 알겠다는 듯 우리를 맞는다. 시대가 변한 탓인지 운세표를 컴퓨터로 출력해준다. 그 집 아이와 우리 집 아이가 동갑이긴 하나 타고난 팔자와 운세는 달라야 할 것 같은데 받고 보니 똑 같다. 금서를 들여다보려한 불경한 생각에 대한 죗값이라고 쳐야할지 경치구경한 값이라고 쳐야할지 친구와 어처구가 없어 그냥 마주보고 웃었다. 그래도 올해는 결혼 한다니 믿어보자.

친구와 밤새 두런두런 지난 이야기를 펼치며 우리에게도 결혼의 설레던 시절도 꽃 같은 새댁시절도 있었다는 것을 찾아 읽었다. 가난할 때도 아플 때도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도 넘겨야할 그 다음 페이지가 늘 궁금해서 살짝 들쳐보는 것이 신년운세 아니겠는가. 언제나 해피엔딩을 꿈꾸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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