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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2.18 15:50:59
  • 최종수정2021.02.18 15:50:59

김혜경

시인

참 고약한 시간이 오래도 간다. 코로나 따위를 인간이 박멸하지 못할 거라는 상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신의 영역까지 간섭하고 대항하고 견주려는 인간인데 조금만 참으면 곧 모든 것이 원상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했다. 혼란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인 문제도 힘이 들지만 심적인 두려움도 고립된 외로움도 극복하기 힘든 일이 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일주일이면 서너 번은 만나서 글도 발표하고 토론하고 함께 밥도 먹던 문우들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고립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문학 동인들이 우리 언제 만나냐고 또 졸라댄다. 외출을 하면 코로나로 죽고 집에만 있으면 심심해서 죽겠단다. 이래저래 죽을 거면 좋은 사람들끼리 만나고 밥도 먹고 죽는 게 좋겠단다. 누군들 그런 마음이 없겠는가. 연세가 있는 분들은 문자 대화도 쉬운 일이 아니다. 나 역시 문자에 익숙하지 못하니 갑갑하기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다행히 미스터 트로트 덕분에 웬만한 트로트 가사는 다 외울 지경이지만 노래방엘 못가니 불러볼 수가 없다. 답답한 날에는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보는 것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좋은 치료제인데 그것조차도 그림에 떡이 되고 말았다.

어르신들이 그나마 기다리신 것은 설 명절이었을 것이다. 아들 손자를 보고 싶은 마음 꾹꾹 참으며 설날을 기다렸는데 그마저도 어림없게 되었다. 뿔뿔이 흩어져 살던 형제자매도 한 자리에 모일 수 없는 명절이 되고 말았으니 명절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어머니는 봉투에 이름까지 적어서 세뱃돈을 마련하고 기다리셨지만 대부분 못 온다는 전화뿐이었다.

보고 싶은 친구도 만나지 못한지 몇 달이 되었다. 전화 통화도 문자도 점점 뜸해지고 말았다. 설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을 때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젖어 있었다. 늘 명절 끝의 피로를 목욕탕에서 풀고 나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갖은 음식 장만에 때에 상관없이 찾아오는 손님을 치르고 나면 녹초가 되고 말았다. 새로운 마음으로 한주를 열었지만 이젠 또 폭설이 앞을 막는다. 오늘도 온 종일 눈이 왔다. 몇 번이나 사무실 계단의 눈을 쓸었다. 찾아온다는 손님을 기다리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만나지 못하는 것이 이골이 났는지 그가 오지 못하는 이유를 내가 만들어 포기하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독서도 많이 하고 글도 많이 쓸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요즘은 마치 폐인처럼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누굴 만날 필요가 없으니 화장도 씻지도 않는다.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니 열심히 양치질을 하지도 않는다.

무인도에 혼자 살았던 로빈슨 크루소는 매일 세수하고 양치하고 단정히 옷을 챙겨 입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거리두기가 조금 완화되었다. 그런들 나아지는 것이 있을까. 확진자는 금세 늘어날 것이고 또 거리두기 단계는 다시 올라갈 것이다. 믿느니 대감뿐이라고 백신을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는데 백신을 맞아야 한다느니 맞으면 안 된다느니 의견이 분분하니 이 또한 답답하기만 하다.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한다는 것처럼 슬픈 일이 있을까. 어딘가에 잘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아본다. 언제까지 '건강하세요.'라는 말이 덕담의 90%를 차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새해 인사로 '건강하세요.'라고 쓰면서 속으로는 '죽지 마세요.'라고 읽고 있는 것이다. 누가 우리 언제 만나? 라고 하면 지금 당장 만나자라고 대답하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되는 거란다. 투병을 위해 시골에 들어가 있는 친구가 간절히 보고 싶다. 우리 언제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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