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혜경

시인

하루하루 불안한 날들의 연속이다. 코로나19는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고 어떤 종류의 백신이든 접종받고 싶은데 그마저도 부족하단다. 답답하기만 하다. 얼른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벗고 사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도무지 백신을 구할 방법이 없으니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다. 방법이 있다면 돈 많은 사람은 어디든 가서 백신을 구했을 테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통하지 않는 세상이니 숨죽여 기다릴 수밖에 뭘 할 수 있겠는가. 절대 능력을 갖춘 분이 하늘이 아니신가. 인간의 고통을 내려다보고는 계신 것인지 다른 일로 바쁘신 것인지 모르겠다. 코로나 때문에 요즘 겁 없이 하늘을 원망하기도 한다.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는 요즘, 강아지 밥 주고 화분에 물 주고 거만하게 일어서며 강아지와 화초들에 말 잘 들어야 한다는 한마디 엄명을 내린다. 먹을 것을 주고 추위를 막아주는 내가 이들에게는 하나님이다. 누군가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면 그가 바로 하나님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한 번도 권력이나 힘을 가져 본 적이 없는 평범한 나는 모르는 사이에 허리 굽히는 습성을 갖게 되었고 누군가에게는 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나는 바닥과 동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어느 날 시들시들한 화초를 뽑아버리려는데 '살려주세요.'라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 그 순간부터 내게 주어진 힘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힘을 갖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절망에 사로잡힌 날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제발 살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었다. 죽이고 살리는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분이 하나님일 테니까.

우악스럽게 줄기를 움켜쥐고 뿌리째 뽑아내려는 내 손길에서 화초는 매정한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며 다시 화분에 심고 물을 주는 손길에선 자비로운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신들은 인간에게 많은 것을 베풀면서도 절대 허락하지 않은 것이 하늘에 닿는 일이었다. 신과 같은 지위와 권위를 주지는 않는다는 말일 것이다. 내가 화초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 해도 그것은 하나님 놀이에 불과한 것이다. 야훼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도 결코 야훼가 될 수 없으며 신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게 조금의 힘이 생겼다면 그만큼 교만해질 테고 점점 욕심을 부렸겠지. 요즘 같으면 하늘과 담판을 짓고 우리나라 사람이 모두 맞을 백신 뭉치를 받아오고 싶어진다. 채워지지 않는 욕심의 항아리를 안고 만족과 행복이라는 단어를 잃어버린다 해도 위를 향해서만 죽을 둥 살 둥 기어 올라가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교만한 지혜로 밀랍이 녹는 줄고 모르고 태양을 향해서 위로만 치솟던 어리석은 자의 끝을 보고 싶은 생각도 드는 것이다.

젊은 날 한때 이카로스의 날개옷을 입고 비상하여 하늘에 닿기를 꿈꾸었다. 끝없이 커져만 가는 욕망만을 가지고 태양을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을 나이 들고 힘이 빠지니 알겠다. 교만이라는 밀랍의 날개옷으론 태양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묵묵히 조심스럽게 이 어려운 시기를 건너야 한다. 자신감이라는 허울을 쓴 교만과 욕심으로는 절대 이 고난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매일 밥 주고 목욕시켜주고 옷까지 입혀주는 나를 우리 집 강아지는 수틀리면 으르렁거리고 덤비거나 때론 물기도 한다. 도무지 은혜를 알지도 못하고 충성심도 없는 녀석이다. 강아지를 빤히 바라보며 "나 아프면 119에 전화라도 해줄래?" 하고 물었더니 시답지 않은 개소리 집어치우라는 듯이 개껌을 물고 제집으로 휙 들어가 버린다. 내가 하나님 놀이 빠져 주제를 잃어버린 모양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