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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5.20 16:09:39
  • 최종수정2021.05.20 16:09:39

김혜경

충북여성문인협회장

고양이 걸음으로 소리 없이 다가오던 봄이 날렵한 몸짓으로 담장을 넘어간다. 겉옷을 걸치지 않고 나선 산책길이 가볍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의 절정 5월은 끊임없이 나를 불러낸다.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아도 5월은 혼자서 먼 길을 걸어도 가슴을 가득 채우는 무언가가 있다.

모자도 선글라스도 없이 제법 먼 길을 걸었다. 대부분 밭은 곡식과 채소의 새순을 틔우느라 분주하다. 뿌리를 든든히 하고 새잎을 밀어내고 열매를 부풀리느라 용을 쓰고 있을 것이다.

해마다 고구마 농사를 지어 몇 상자씩 가져다주는 지인의 밭까지 왔다. 늘 농사일을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했다. 올해는 김매는 일이라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밭이 텅 비었다. 서둘러 고구마 순을 꽂은 밭은 어느새 제법 푸른 잎이 빽빽한데 부지런한 친구의 밭이 비어 있다는 것이 의아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즉시 전화를 했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호호 웃기만 한다. 좀 쉬어야지 하는 말이 무슨 뜻일까. 혹시 몸이 아픈 것은 아닌지 서늘한 생각이 지나간다.

오랫동안 우리는 몸을 도끼 삼아 산다는 말을 성경처럼 받들며 살아왔다. 게으름에 죄의식을 가져야 했고 끊임없이 몸과 마음을 혹사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 친구도 나도 쉼 없이 평생을 달려왔다. 60을 넘어 70에 가까워지는 데도 쉬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쉬는 법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느 날 갑자기 빈 시간이 주어졌을 때 당황한 적이 있었다. 연간 계획과 하루 일정표를 짜는 데는 익숙해 있지만 쉬는 법에 관한 리스트를 작성해 본 적이 없지 않은가.

직장에서 받는 월급이 부끄럽지 않게 충성스럽게 일하고 퇴직을 한 후에 삶의 한 부분을 잃은 것처럼 우울했었다. 주어진 그 널널한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고 있기에 여기저기 또 일자리를 찾아 기웃거리기도 했다.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열심히 몸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점점 건강이 나빠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에 매달려 시간에 쫓기면서 운동할 시간을 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일을 그만두고 온종일 운동에 매달려있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제맛을 안다는 말이 있듯이 운동도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인 모양이다. 몸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못한 운동을 다 해치우려는 듯 미친 듯 몸을 괴롭히고 있었다. 운동을 나의 새로운 일이 된 셈이었고 새로운 스트레스가 되었다.

요즘은 시간이 나면 걷는 데에 시간을 낸다. 천천히 걷다 보면 잡다한 고민을 잊기도 하고 결론을 얻게 되는 때도 있다. 엉킨 실타래 같던 일의 해결점을 찾고 돌아오는 길은 가슴 속을 드나드는 바람 소리를 안고 돌아온다.

비어 있다는 것은 바람길을 내어주고 있다는 말이다. 콘크리트로 꼭꼭 둘러쳐진 곳이 아니라 앞뒤가 툭 터진 들판이 마음의 안정을 주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담장을 허물면 주변의 산과 강이 모두 내 정원이 된다는 공광규 시인의 글처럼 바람길을 내어준다는 것은 내가 여유로운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말이다.

친구가 열심히 고구마 순을 꽂고 김을 매던 밭에서 바람 소리가 들린다. 자식에게 젖을 물려 기르는 어머니처럼 진을 짜내 고구마를 길러내던 저 밭도 쉬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주 모처럼 휴식년을 갖는 빈 밭에 때아닌 빗방울이 떨어진다. 바람이 지나간 곳을 촉촉한 빗방울이 따라간다. 빈 들도 나도 우산 없이 흠뻑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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