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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혜경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내 어머니를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육류나 생선을 밥상에 올려두고는 당신은 그런 건 칙칙해서 싫다고 하셨다. 우리 5남매가 맹렬하게 덤벼들어 밥을 먹고 물린 상엔 생선 기시만 수북했다. 어머니는 우리가 발라먹은 생선 가시와 대가리로 식사를 끝내셨다.

어제는 시장을 다녀오는데 좌판에 꽃바구니가 수북했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색종이로 꽃을 만들어 가슴에 달아주곤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작은 꽃바구니로 바뀌었다. 색종이 꽃을 가슴에 달고 다니기엔 쑥스럽기도 했지만 자랑스럽게 종일 달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아들은 지난 주말에 미리 다녀갔다. 색종이 꽃도 꽃바구니도 없이 무통장 입금으로 어버이날 행사가 간단히 끝났다. 시대가 속성으로 처리되는 세상이고 보니 잘못되었다고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몇 주 전부터 올해 미수이신 어머니의 신발을 찾기 위해 시장과 인터넷을 뒤지고 있다. 당뇨합병증인지 오른발이 많이 부어서 웬만한 신발은 맞질 않는다. 겨울에 구두를 하나 사드렸는데 날이 더워지고 나니 여름 신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것을 보고 의료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환자들을 위한 보호나 보장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당뇨를 앓고 있거나 다른 질병으로 양발의 크기가 다른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이 맞춤용 신발을 신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보통 20~30만 원이 넘는 맞춤용 신발이 부담이 되었다. 혼자서 신발을 신을 수 없어서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환자의 신발은 볼이 많이 넓어야하고 가죽이 너무 얇지 않아야 한다. 힘없이 주저앉는 소재는 신기는 사람이 힘이 든다. 가벼워야하고 밑창이 미끄럽지 않아야 한다. 발등까지 너무 많이 올라오는 신발은 벗겨질 위험이나 발을 보호하는 데는 좋을지 모르지만 신기가 어렵다.

예전 같으면 예쁘고 가벼운 것만 찾으면 되었지만 지금은 여간 해서 마땅한 것을 찾기가 어렵다. 몇 주의 인터넷 쇼핑으로 어느 정도 만족한 맞춤구두를 주문했다. 어제 구두가 도착을 했다. 어머니는 뭐 하러 샀느냐는 핀잔부터 하신다. 자식의 돈을 쓰는 것을 제일 꺼리신다. 보태주지도 못했는데 돈 쓰게 하는 것이 너무 미안해서란다. 늘 뭘 사드리고 야단을 맞는 것에 뿌루퉁해져서 침대에 눕혀드리고 나왔는데 30분이 안되어서 부르셨다. 어느새 새신을 신고 계신다. 얼마 전에 사드린 꽃 모자와 꽃무늬 재킷을 내오라고 하신다. 내일 주간보호센터에 가실 때는 한껏 멋을 내고 싶으신가보다.

모자를 사드릴 때도 야단을 맞았고 재킷을 사드릴 때도 분홍 티셔츠를 사드릴 때도 야단을 맞았다. 늙은이가 무슨 옷이 필요하냐고 다시는 사지 말라고 하셨다. 모자랑 재킷이랑 구두가 한 세트처럼 어울린다고 하신다. 꿈속에서 꽃신신고 어린 날 고향집을 맘껏 뛰어다니실 것 같다.

오늘 새벽 6시도 안됐는데 어머니의 보행기 끄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새신을 신고 꽃모자도 쓰고 꽃무늬 재킷도 입으셨다. 봄에 사드린 스카프가 안 보인다고 찾아오라신다. 한껏 멋을 내셨다. 소풍날 부모님이 사주신 새신을 끌어안고 밤이 새길 기다리던 내 어린 날의 심정으로 어머니도 지난밤을 지내셨나보다. 12살 소녀처럼 예쁘다. 등이 굽고 다리가 틀어지고 여기저기 부딪고 넘어진 멍 자국이 남아 있어도, 숟가락질을 잘 못해도, 말을 잘 못해도 참 예쁘다. 오늘은 무슨 그림을 그려서 자랑스럽게 가져오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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