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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무거운 해가 저문다. 학습연구년 결과물로 작성한 200여 쪽의 '문해력' 보고서, 그리고 젊은 교사들과 '학습공동체'에서 연주한 "플루존"에는 올해 산남동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젖어 있다. 그 덕에 혹한의 겨울이 오기 전까지 20대 대학생인 줄 알았다.

플라톤의 '국가론'에는 따뜻한 교육론이 녹아있다. 교육의 실제적인 목표는 의료인이나 법률가를 양성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도움이 필요 없는 인간에 있다. 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할 대상은아동이 아니라 나이 먹을수록 문해력이 떨어지는 성인이다. 섣부른 문자 지도는 지혜를 부패시킨다. '국가가 정의롭지 않다면, 인간 교육은 없다.'

루소는 '국가론'을 다시 쓴다. 그의 아바타 에밀의 성장 과정을 한 세대 동안 묘사하였다. 보편적 경험이 체계화된 지식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것만을 유일한 교육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자연과 삶에서 배우는 자유를 제시하였다. 그의 교육에는 교과서가 없다. 학교는 가정이었고, 환경은 시골이었으며, 교사는 살아있는 교과서였다. 의도된 독서지도는 이성을 부패시킨다. '개인이 자유롭지 않다면, 평등한 사회는 없다.'

존 듀이는, 자신의 사상을 추종하는 1930년대의 진보주의 교육이 전통적인 보수 교육과 충돌하는 것을 보면서, 양자의 운동을 종합하려고 한다. 독일의 칸트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회로 인식론의 혁명을 일으켰듯이, 아동을 태양의 자리에 두고 교사와 교과서가 그 주위를 돌게 하였다. 그의 의도와 달리, 전통적 천동설을 여전히 추종하거나 행성은 기억하지 않은 채 태양만을 숭배하려고 하였다. '위대한 교사가 없다면, 아동 중심 교육은 구라다.'

교원 자격 획득은 물로 받은 세례다. "플루존" 협연은 불로 세례를 받는 회심(metanoia)의 절차다. 읽는 동안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고, 함께 생각하는 동안 교육의 의미가 드러나며, 세 사상을 발효시키는 동안 예전의 방식으로 교육을 할 수는 없게 된다. 주어진 교육과정에는 학생에게 심어줄 비전이 생생하지 않으며, 던져진 지도서에는 교육의 의미에 대한 논쟁이 중지된 채 수업 기술만 담겨있다. 교육의 의미와 수업의 기술을 따로 배우는 것보다 인류 경험의 정수인 고전(古典)을 읽으면서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야말로 교사가 해야 할 우선적인 학습이라 믿었다. 애석하게도 논어 첫 구절에 나오는 배움의 의미를 "플루존"으로 이해할 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는 가르칠 기력이 바닥났다. 황혼녘 밀레의 기도는 농부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예배당이나 불당을 찾지 않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기도는 글을 쓰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에는 가르친 것만큼 글을 써왔다. 기력을 채우는 기도가 되었던 현재의 글은, 과거의 마음을 볼 수 있는 셀카가 된다. 찬란한 순간이 아쉽다면 사진을 찍어놓으면 된다. 소리와 움직임이 없어서 답답하다면 영상도 챙기면 된다. 글에는 사진과 영상으로 담을 수 없는 영혼이 찍혀있다. 사진처럼 찬란한 순간도 찍혀있고 영상처럼 생생한 움직임도 있다. 사진과 영상에 담을 수 없는 고독의 숲을 거닐려면 마음의 셀카가 더 필요하다. 들뜬 희망으로 채워진 사진이 아니라 차가운 절망의 기운이 도는 글이 회심의 기도가 된다. 기도가 역부족이면 미래 세대를 위해 고인(古人)이 남긴 셀카, 고전을 만나면 된다.

끝까지 읽어 준 사람들, 감상을 전달해 준 사람들, 고마움을 표시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3년까지 끌어왔다. 더 쓰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만 쓰라고 강요하는 사람도 있었다. 글을 쓰지 않은 적은 없다. 남에게 보여주지 않더라도 나를 위해 글을 써왔다. "3년 동안의 셀카를 멈추고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함께 했던 기억은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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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 소사이어티 충북 72번째 회원' 변상천 ㈜오션엔지니어링 부사장

[충북일보] "평범한 직장인도 기부 할 수 있어요." 변상천(63) ㈜오션엔지니어링 부사장은 회사 경영인이나 부자, 의사 등 부유한 사람들만 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1월 23일 2천만 원 성금 기탁과 함께 5년 이내 1억 원 이상 기부를 약속하면서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충북 72호 회원이 됐다. 옛 청원군 북이면 출신인 변 부사장은 2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부모님을 도와 소작농 생활을 하며 학업을 병행했다. 그의 집에는 공부할 수 있는 책상조차 없어 쌀 포대를 책상 삼아 공부해야 했을 정도로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삼시 세끼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의 아버지는 살아생전 마을의 지역노인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했다. 변 부사장은 "어려운 가정환경이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자라왔다"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옥천군청 공무원을 시작으로 충북도청 건축문화과장을 역임하기까지 변 부사장은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나아지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