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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감이 된 듯하다. 교육계에 항상 내재되어 있던 정치적 쇼가 10년이 지나니 부활하였다. 10년 주기의 교육의 강산은 평가만능주의로 새 단장을 하고 나타나 신규 교사에게도 신비한 체험을 준다.

부산의 하윤수 교육감도 충북처럼 3선에 도전한 후보를 이기고 당선되었다. 그도 혁신학교를 폐지하고 기초학력을 강조하면서 평가 학년과 대상을 확대한다고 하였다. '前 교육감 재직 동안 학력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의 성적이 하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체계를 구축해 이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평가가 학력을 향상시키는가? 교육청 차원에서 일제고사를 해야만, 그 덕에 학생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정도로 교사는 무능한가?

충북 교육청은 부산 교육청을 앞질러 당장 내년부터 초등 1학년도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도내 모든 학생이 3월과 12월에 두 번이나 평가하겠다는 아이디어는 MB도 생각하지 못한 놀라운 정책이다. 이 정책이 실현되면 혁신학교 축소를 위해 시끄럽게 할 필요도 없다. 학교 밖에서 강요된 평가가, 학교 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있는 수업 혁신의 씨앗을 골라낼 것이므로, 손대지 않고 코를 풀 수 있다.

코로나 사태가 고등학교 내신 시험과 모의고사 횟수를 축소시켰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시험 횟수가 문제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 사이의 수업의 밀도가 더 큰 문제인데도 교육청은 평가를 고집한다. 교사에게 학력에 대한 책임을 묻거나 학교 및 학교장을 평가할 때 말고는 쓸 데가 없는 빅데이터를 구축하여서 어디에 쓰려고 하는 것인가!

초등의 모든 학년이 학업성취도 평가를 일 년에 두 번이나 본다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를 지탱하는 내신 제도를 무너뜨리고 오직 수능으로만 학력을 평가하는 것과 같다. 학교는 이제 학원과 경쟁해야 한다. 3월을 위해서 학원가에서는 겨울방학 때 열강을 할 것이고, 12월을 위해서 학교에서는 비교당하는 굴욕을 맛보지 않으려고 비장해질 것이다. 최소한 3월의 기초학력 미도달자 비율보다 12월의 비율이 훨씬 더 낮도록 사력을 다해야 한다. 10월부터 학생중심의 역량강화 활동은 횟수가 줄어들어야 한다. 학교로 찾아오는 외부 강사의 수업도 1학기에 집중시키려 할 것이고, 할 수만 있다면 다른 학년에게 떠밀 것이다. 운동회와 학습발표회는 코로나와 상관없이 규모를 줄이고 학년 혹은 학급 자체 행사로 바뀔 것이다.

학력과 평가를 경시하는 교사는 없다. 기초학력이 부족하다면 어떤 역량도 발휘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중시하는 정치인들처럼,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학력과 지식의 개념 중에서 낮은 차원의 것들만 끌어모아 가르치는 것은, 미래 사회의 교육도 아니고 현자의 교육도 아니다. 학력과 평가의 개념을 새롭게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평가만능주의자들은 학교와 학원을 경쟁시켜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주장하려 한다. 학원이 학교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학교로 하여금 학원을 도와주게 하려 한다.

4차 산업시대에도 문해력(literacy) 향상을 위한 독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시대이니 20년 후를 대비하려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위치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를 품고 있는" 동서양의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그렇다면 예수의 복음서, 공자의 논어, 플라톤의 국가론 중에서 어느 구절로 지금의 평가만능주의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교육 정책의 정당화가 교육학 이론이나 교육 사상가에 있지 않고, 단순히 상식적이고 정치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질수록, 교육 관련 자격증을 비웃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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