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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온라인 종업식이 끝나고 카톡이 날아왔다. "선생님, 1년 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5학년 처음 됐을 때 심었던 종자가 벌써 나무가 되고 열매가 열린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ㅎㅎ 너무 감사해요!! 하지만 열매의 씨도 다시 따서 심어야 하듯이 6학년 때도 열매에서 나온 씨앗을 심어 또 다른 나무를 키워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했어요!!!"

'교육 종묘회사'가 새로운 종자를 개발했다. 7년 전에 취임한 CEO는 '다(多)행복'의 종자를 폐기처분하고 '혁신'의 종자에 '미래학력'을 교배시켜 5년간 육성했었다. 이번에 내놓은 것은 코로나 이후에도 반듯하게 성장하도록 주도성과 디지털 시민성이 추가된 '미래' 종자이다. 학교는 블렌디드 러닝 수업을 통해 디지털 리터러시가 구현되게 2월부터 파종을 해야 한다.

미래 종자에 담긴, 사람중심 미래교육의 비전은 2015교육과정에 담긴 비전보다 더 진보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당시에는 4차 산업혁명과 온라인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등장하면서 5년 사이에 역량의 개념이 수정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이 미래교육의 전형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은, 그것이 이미 20년 전 열린교육에서 강조한 수업이라는 것을 모르는 척 하고 있다.

하기야 비전은 슬로건과 구별되지 않는다. 새 비전을 담으라고 말하면 새 용어만을 제시하였고, 비전을 공유하라고 말하면 제시된 단어를 가다듬는 데만 신경을 썼다. 과거 몸담았던 혁신학교에서 워크숍을 할 때도 그랬고 여러 학교가 모여 연수할 때도 그랬다. 최근에도 비전을 공모하겠다는 공문이 내려와서 씁쓸한 웃음을 짓게 했다. 슬로건은 발아되어 성장한 모습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 이름으로 백년대계를 꿈꿀 수 없다. 발아되지 않는 슬로건은 자랑할 만한 역사와 문화를 만들지 못한다. 매년 슬로건만 바꾸는 학교가 백년이 된 후에도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졸업생 수와 교장이 몇 대인지 뿐이다.

교육계는 유달리 미래와 행복을 강조한다. 多행복이라는 구호로 일한 사람이 행복씨앗의 이름으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의 교육비전도 결국은 '행복'이다. 각 학교도 행복과 미래라는 그릇 속에만 교육의 내용을 담으려고 한다. 미래를 열거나 행복을 꿈꾼다는 의미가 들어가면, 일단 슬로건으로는 합격이다. CEO들이 바뀔 때마다 수정된 구호 속에 비전이 얼마나 녹아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어찌 패러다임이 매년 바뀔 수가 있겠는가!

종묘 회사의 포럼을 두 번 보고 다른 회사의 것도 들었다. 새 용어와 미사여구가 너무 많아서 불편했고 오직 미래에만 관심을 가져서 허전했다. 5대 전략 외에 4대 과제가 별도로 있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5대 교육시책에 있던 공감능력은 보이지도 않는다. '지역교육 생태계'만이 두 번 강조되고 있었다. 20년 전의 종자와 비교하여 현재의 종자에 다른 차원의 비전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사용하는 기술이 달라진다고 하여 교육의 본질이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고 믿는다. 그 옛날 회사에서 파견된 감독관은 효율적인 판서 활용과 교단 위 동선의 전형을 제시하였다. 이어 OHP 활용을 문제 삼던 시대가 있었고, ICT기기 활용을 못하면 무능하다고 지적한 시대가 엊그제였다. 이젠 지혜로운 스승일지라도 ZOOM 활용이 부족하여 블렌디드 러닝 수업이 미숙하면 명퇴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용어를 아무리 바꾸어도 패러다임은 변하지 않는다. 비전이 담긴 종자는 마음에 먼저 뿌려져야 한다. 학교는 건물에 지나지 않는다. 스승은 자신에게 종자를 뿌린다. 자신에게 뿌린 종자만이 비전을 창조한다. 홀어머니가 지금도 하시는 말씀이 있다. "썩을 놈의 종자는 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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