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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자애롭고 지혜롭다기에 부모와 스승으로 모셨고, 일한만큼 한 솥에서 밥을 퍼준다기에 그릇까지 맡겼다. 시간이 흘러 생명과 자유가 담겼던 밥그릇을 빼앗긴 백성들은 봉기를 하거나 유랑을 해야만 했다. 하늘마저 외면하여 흉년이 들고 전염병이 돌자 신라가 쪼개지고 고려가 흔들렸으며 조선의 주인이 바뀌었다. 대한민국이 쪼개지고 흔들린다면 그 때도 이와 같으리라.

 조선의 주인이 바뀌기 십년 전, 전봉준은 조병갑으로부터 빼앗은 밥그릇에 신분제 폐지와 토지 분배의 天命을 담았다.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는 올해 늦여름, 정권에 대항하여 검사, 의사, 목사, 재벌, 투기꾼 등 제법 큰 밥그릇을 가진 무리들은 지금 무엇을 담고 있는가? 대통령이 고종인지, 현 정권에 대항하는 그들의 밥그릇에 어떤 천명이 담겨져 있는지 명확히 보여줘야만 한다. 정치적 선동과 법적 투쟁 소리만이 드높고 언론과 방송에는 앵무새만 드글거린다.

 주걱을 쥔 자들은 밥솥의 주인이 백성이라는 것을 잊으려 한다. 수십 년간 쥔 주걱으로 대통령도 죽이고 살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전관예우로 막대한 그릇을 챙기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그 주걱이 세 개로 쪼개지려 하자 야당과 손잡고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을 거부한다. 문재인 케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의협은 공공의대를 설립하려는 정권에 맞선다.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진료를 거부하였으며 국민이 불입하는 건강보험료를 관리하려 한다.

 정권에 대항하더라도 천명을 거스르지는 말았어야 했다. 목사는 대통령을 빨갱이라 규정하고 질병본부의 코로나 방역까지 거부하고 있다. 평화의 복음 전파는 뒷전이고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전파되어도 아랑곳 하지 않은 탓에 한 달 넘도록 밥그릇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났을 뿐이다. 삼성의 이재용은 자신의 재산이 7조 원이 되는 동안 부정이 없었음을 법원으로부터 판정받아야만 한다. 언론은 그의 밥그릇에는 잉크 떨어진 펜으로 침묵하지만, 조국 딸과 추미애 아들에게는 폭탄을 투척하듯 잉크를 뿌려댄다.

 의사와 검사의 밥그릇 힘은, 시험 능력이 우수한 사람에게 모든 권력을 주는 입시제도 덕이다. 이재용의 밥그릇 힘은, 아버지가 25년 전에 준 종자돈 61억과 회장님의 뒷배가 있어서였다. 목사의 밥그릇 힘은, 신앙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양심과 법질서까지 무시해도 된다는 풍토가 있어서였다. 주택 투기꾼의 밥그릇 힘은, 건설업과 언론이 주도하는 거대한 카르텔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현사회의 제도로부터 받은 혜택에 대해서는 둔감한 채, 정부가 공공성 혹은 공동선을 강조할수록 사회주의 정권이라며 민감하게 매도한다.

 소중하지 않는 밥그릇은 없다. 이기적인 밥그릇일지라도 타인을 해롭게 하지 않는다면, 그 밥그릇을 지키는 마음에 이타심이 없다고 누가 탓하랴! 우리의 저녁 식사가 넉넉한 것은 푸줏간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고 배웠고, 솥이 커지면 더 많이 먹을 수 있다고 믿었다. 백 년 전 스페인 독감을 연상시키는 상황에서 솥이 작아지고 있는데 남의 그릇에 손대려 한다.

 남의 그릇에 손대는 사람들이 교육의 최대수혜자들이라 안타깝다. 학교에서는 합리적 토론과 상호존중의 미덕을 잘 배운 척 하더니, 사회에 진출해서는 물려받은 머리와 재산으로 자신의 그릇만을 키우는 데만 몰입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을 위해 교육계가 할 수 있는 일이 겨우 쌍방향 수업을 확대하는 것에만 있어 더 안타깝다.

 전봉준의 天命은, 백성과 함께 그들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마음이다. 이타심은 바라지도 않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해치는 악마의 마음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종교계와 교육계에 무너지지 않은 마지막 등대가 있다면, 이기심의 불이라도 켜져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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