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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1.27 14:21:12
  • 최종수정2020.01.27 14:21:11

정성우

보은 삼산초 교사

20년이 넘도록 아버지에게 세배를 못했다. 그분은 희미한 의식 속에서 '형제들과 의좋게 살라.'고 말씀하셨다. 최대의 덕담이자 마지막 유언이었다. 재벌 창업주가 죽은 후 형제의 난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더 굳혔다. 그들은 모든 사람이 소망하는 유산은 남겼으나 의좋은 삶을 살게 하는 유산은 주지 않은 모양이다.

4전5기의 홍수환이 챔피언을 먹었던 시절, 4형제가 단칸방에서 살고 있었던 터라 아이스께끼보다 맛있는 라면 한 그릇을 온전히 못 먹었던 시절, 한국 라면의 챔피언은 삼양라면이었다. 후발 주자 농심라면 포장지에는 의좋은 형제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TV 광고도 재미있었다. 코미디언 구봉서와 곽규석이 라면을 서로 먼저 먹으라고 밀다가 동생이 먼저 먹으려고 한다. 형이 당황한다. 설화에 나오는 형제처럼 볏단을 주고받듯이 한 그릇의 라면도 양보하는 마음씨가 사람들 뇌리에 깊이 박히더니 끝내 농심은 삼양을 제치고 챔피언을 먹었다.

의좋은 형제는 부모가 돌아가신 뒤에도 정성스럽게 제사를 지냈다. 부모에 대한 은혜를 생각하는 마음과 자기 볏단을 밤마다 몰래 나르는 우애는 무관하지 않다. 의좋은 형제를 낳고 기른 부모야말로 정말 복 있는 사람이다. 살아있을 때나 죽었을 때나 그보다 복 있다고 누가 나서겠는가! 그에 비해 놀부의 부모는 맏아들이 차려준 제삿밥을 먹어도 영혼은 항상 배가 고팠다. 제비가 물어준 씨 덕분에, 착한 동생 마음씨 덕분에 나중에라도 의좋은 형제가 되었으니 놀부 부모도 복을 많이 받은 사람임에 분명하다.

의좋은 형제가 살던 시절보다 더 오래된 옛날에 두 형제가 복을 받기 위해 제사를 지냈다. 형은 제단에 곡식을 올려놓고 복을 빌었고 동생은 제단에 고기를 올려놓고 복을 빌었다. 제사를 지낸 후 형이 동생을 죽인다. 그들의 부모는, 불사(不死)의 복을 이미 빼앗겼고 노동과 출산의 고통을 받은 상태에서 더 큰 슬픔을 맛본다. 이들의 이름은 아담이고 이브이다.

차례와 시제를 지낼 때마다 제사를 지내야 하는 이유를 작은아버지에게 물었다. 복을 받기 위해서라도 한다. 그분도 전세대로부터 들었던 것을 나에게 말해 주었다. 제단 위에 있는 음식이나 재배를 하는 행위 자체가 복을 주지 않는 것은 확실했지만 아무도 복을 받으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지 말해주지 않았다. 복이란 인간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큰 복을 영원히 누리기를 바라며 경복궁을 지었던 이성계는 자신의 복 그릇이 농심라면 봉지에 나오는 형제 부모보다 작다는 것을 말년에 알게 된다. 온 백성에게 복된 삶을 주기 위해 노력한 세종도 정작 자신이 죽은 뒤에는 자신에게 닥칠 화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종묘의 제례악이 울려 퍼질 때마다 세종의 울음소리는 이성계보다 더 컸을 것이다. 선조 임금은 조선 최고의 석학 두 명을 스승으로 모셨고 구국의 영웅을 신하로 삼을 수 있는 행운까지 가졌지만 경복궁이 불타버릴 때 흘린 눈물보다 사후에 더 흘리리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은 훌쩍 커버린 아들놈이 유치원에 다닐 때였다. 그 때도 새해가 되어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였다. 만수무강의 덕담이 올라가고 복돈이 내려왔다. 세뱃돈 맛을 본 녀석이 나에게 다가와 한마디 하였다.

"아빠, 또 세배하고 싶어요."

부모가 세배를 받으면서 진정 원하는 것은 만수무강의 덕담이 아니다. 두둑한 돈뭉치도 아니다. 의좋게 지내는 것, 부모가 살아 있을 때뿐만 아니라 죽은 뒤에도 지금처럼 이렇게 지내는 것. 그런 마음이라면 또 세배를 한들 뭐 그리 흉이 되겠는가! 세배를 통해 형제애가 더욱 커진다면야 복돈을 더 주리라. 아암, 더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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