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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KBS에서 20년간 방영된 코미디 프로 '개그 콘서트'가 작년에 폐지됐다. MBC에서 17년간 방영된 코미디 프로 '웃으면 복이 와요'가 폐지된 지는 한 세대가 지났다. 교육하면 복이 온다고 주장하는 '교육콘서트'는 삶 속에서 아직도 방영된다.

고릿적부터 종교에서는 극락을 제시했고, 정치에서는 백성의 풍요로운 삶을 목적으로 삼았다. 철학에서도 인간 삶의 목적을 행복에 둔다. 교육의 목적도 언제나 행복이다. 현 교육감이 출범하면서 생긴 혁신학교는 전 교육감의 다(多)행복 구호를 행복씨앗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단재초등학교도 행복한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한다. 교육까지 행복만을 제시해버려서 차별화된 활동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교사의 가르침이 향하는 목적은 학생이 배움 자체를 즐기는 데에 있다. 논어의 첫 구절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는 어린 학생들의 삶의 태도가 아니라 30이 넘고 40이 넘은 어른들이 지녀야 할 태도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처럼 배움을 즐기고 있으니 어린 학생도 배움을 즐기라는 뜻이다. 가르치는 교사에게 배움의 즐거움이 없을 때, 지식은 생명력을 읽고 전달력만 높아진다. 학생만이 배움을 즐기는 곳이 학교가 아니다. 교육의 목적은 배움을 즐기는 교사의 존재를 전제한다. 배움을 즐기는 교사가 살아있는 비전이다. 그래야 양심이 흔들리지 않는다. 만일 우리 모두가 배움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노력과 상관없이 주어진 결과를 합리화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자세도 점점 사라지리라.

양심이 흔들릴수록 배우고 싶은 것만을 배우게 하려 한다. 배우고 싶지 않은 교과나 단원을 무시하려고 한다. 배우고 싶지 않는 내용은 시험을 위해서만 배운다. 상대평가 체제의 내신과 수능은 천사들도 악마로 변하게 할 수 있다. 배움을 즐거워하지 않는 교사와 부모가 늘어나고 상대적 평가체제가 고착화될수록 학교가 학생들에게 길러주는 역량은 슬픈 인내심뿐이다.

눈치 빠른 아이들은 배움이 실생활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데도 열심히 배워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낸다. 배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안정과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배움이 없어도 그것을 이룰 수만 있다면, 배움을 버리게 된다. 합격하지 못하고 승진을 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배움에 대해 찬양하지 않는다. 졸업 이후에라도 배움이 즐거웠다고 고백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학교 홈페이지나 현관에는 배움이 즐거움이라고 선언되고 현실에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참 많다.

수업이 온라인으로 공개된 교실로 가보았다. 담임의 속을 박박 긁어가며 헛소리를 하던 아이도 이날만은 바른 자세로 앉아 있다. 담임의 입은,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담임의 눈은, 평소와 다른 아이들과 낯선 손님을 번갈아 보느라 흔들렸다. 그 마음은, 빈 교실에서 긴 한숨을 내쉴 준비를 한다. 한 시간만큼만 외부 감사자가 있어서 배움을 즐겼다.

"학교 선생님은 우리에게 기본개념은 가르쳐 주세요. 그런데 그뿐이죠. 혼자서 자기 주도적 학습을 지겹도록 해야 해요. 집안이 넉넉하면 과외나 학원의 도움을 받겠지만 우리 부모님은 일용직입니다. 곧 학교 선생님이 중간고사 문제를 냅니다. 저는 노력을 해도 맞출 수가 없는 문제가 많아요."

배움의 결과에 만족할 수 있는 학생도 11%를 넘지 못한다. 오직 11%를 위한 공부라면, 물론 그들도 즐거움이 없는 배움이지만, 아무도 행복의 씨앗을 뿌릴 수는 없다. 89%가 즐거워하는 배움이 쉬운 길은 아니지만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고교학점제에 대해 생각이 다른 두 교육 단체가 연합을 이루고 학부모단체와 교육청이 뜻을 같이하는 것을 보면서, 89%가 즐거워할 수 있는 배움의 길에 나도 한 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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