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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8.18 17:15:35
  • 최종수정2020.08.18 17:15:35

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일찍 온 폭염을 장마가 밀어냈다. 격주로 등하교하는 둘째를 교문에서 태우고 넉넉한 저녁을 위해 빗소리가 들리는 창가 옆에 앉았다. 숯불에 막창과 뒷고기를 올려놓고 코앞에 닥친 시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 사이 느닷없는 질문이 날아온다.

"제가 갈 때도 반대하실 건가요? 반대 이유 다섯 가지만 말해주세요." 순간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말이 이어진다. "성적이 돼도 가지 말라 하셨다면서요? 하시는 일들을 늘 자랑스러워 하셨잖아요, 재미있어 하셨고요. 그런데 우리는 왜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거죠?"고기가 익었다. 뚜껑을 제거한 후 기울어진 병목에서 흐르는 계곡 물소리를 빈 잔에 담았다. 둘째는 아직도 젓가락을 들지 않는다.

"음, 초등교사 생활도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이 많기 때문이야." 불향을 먹은 뒷고기와 막창을 번갈아 씹으며 다음 말을 궁리 했다. 불만족스런 대답에 푸념을 한다. "첫 번째 이유는 납득되지 않네요. 말 안 듣기로는 초등보다 중등이 심하잖아요. 그래도 이유를 대셨으니 나머지 네 가지나 말해 주세요."입 속의 막창이 질겨졌다. 뒷고기도 씹을수록 퍽퍽하다. 이젠 병목을 기울여도 계곡 물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교사는 수업만 하는 사람이 아니야. 수업과 무관한 잡무가 의외로 많아. 물론 중등교사도 잡무가 많지. 그러나 중등교사는 특정 교과에 따라 업무가 주어지지만, 초등교사는 모든 교과를 다루기 때문에 어떤 업무이든 맡겨지지. 학교를 옮기면 더 심하고." 둘째는 내 이야기에 토를 달지 않고 다음 이유를 듣기 위해 고기만 씹고 있다.

"다루는 지식이 하찮다며 수업을 경시하는 문화가 있다. 학기말에 수업의 꽃을 피우려는 순간 장기 체험학습 신청서를 받게 되면 타오르던 사명감도 흩어진다. 후배를 잘 가르칠 수 있다며 우쭐댔던 너의 6학년 시절을 떠올려봐. 지식은 가깝고 인성은 멀며, 학교 탓이라 말하기는 쉽고 학교 덕이라 말하기는 어렵지." 돼지 껍데기가 불판에서 튀는 소리가 들린다. 먹지만 말고 뒤집으라고 시켰다. 교실에서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홀로 애쓰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위로의 쓴잔을 들어 올렸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겨두고 막창을 추가하였다.

"네 번째 이유는 전문가가 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기 때문이다. 아홉 개가 넘는 교과의 내용을 1년에 오직 한 번만 가르친다. 같은 내용을 3년간 반복하면 누구나 유능한 전문가가 되지만, 초등이라는 자리는 성실한 사람에게도 전문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실 6학년을 4년 연속했었고 나 자신을 성찰하려고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지만, 학교가 바뀌고 학년이 바뀌면 남는 것이 없더군. 올해도 빈손으로 시작하였고 코로나 때문에 허둥지둥 댔다."

"에이, 아빠가 주관한 독서캠프에 저도 참여했잖아요. 그 때 아빠는 전문가 같았어요. 45명이 동일한 주제로 1박 2일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기획했다는 것은 아빠가 전문가라는 증거예요." 지가 뭘 안다고 나를 위로하는가! "아무튼 난 네가 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다 말했다. 고기 더 시킬까?"생각해 둔 마지막 이유가 있었으나 말해봤자 이해할 것 같지는 않았다.

"마지막 이유가 남았네요." 고기보다 질긴 질문에 마지막 대답을 했다. "남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자신을 가르쳐라. 교사는 아는 체 하거나 착한 척 할 때가 많아. 넌 그렇게 살지 마." 병목에서 다시 계곡 물소리가 들렸다. 오는 비는 더 굵어졌고, 불향 흡입만으로도 부자의 배가 불렀다. 우산 하나에 네 개의 어깨가 들어갔다. 집으로 향하는 동안 아들 손을 놓지 않았다.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 부디 행복하게 살기 바라는 마음을 그 손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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