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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아무도 수업이 뭔지를 묻지 않았다. 누군가가 물으면 교수-학습 과정이라고 얼버무렸다. 학생과 교사가 한 학기에 담아야 할 마음의 자세를 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할 수 없었다. 진도 나가기 바빴고 수행평가를 하는 데에만 힘을 썼다. 좋은 수업에 대해 논의할 기회도 찾아오지 않았다. 많아야 일 년에 한 번이고 작년에는 없었다. 교사는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프로타고라스였다.

수업의 개념에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지향하는 모습이 담겨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열린 교육 이후로는 교사의 활동이 경시됐다. 교수-학습 과정을 학습-교수 과정이라 바꿔 불렀고, 교사는 가르치지 말고 안내만 하라고 다그쳤다. 교사의 강의는 지식 암기에 효율적이지만 학생의 자율적 탐구를 방해한다고 지적됐다. 강의는 학원강사와 과외교사의 몫이었다. 교사는 학습 모형이 잘 운영되게 하는 도우미에 그쳐야 했다.

학생은 교실 수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자율적으로 탐구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실제로 볼 기회는 적다. 보통은 한 학생이 이끌어가는 대로 나머지 학생이 따라가는 모습이 흔하다. 스스로 독서 하지 않고 부모도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강의를 들으면서 경험을 넓힐 기회도 사라졌다. 그들에게 주어진 것은 교과서와 참고서뿐이다. 독서와 강의가 사라진 곳에서 학생도 소극적으로 학습을 한다.

학습의 자율성 혹은 주도성은 배움의 출발선에 이미 갖춰진 것이 아니라 달리는 동안에 배워야 하는 위대한 역량이다. 하지만 주도성은 수업의 전제 조건으로 생각하거나 모든 수업이 완료된 다음에 평가 기준으로 갑자기 등장한다. 학습의 주도성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도성이 어떻게 작동되는가? 교사도 주도하지 못하는 교수 활동이 있는데 학생이 학습을 주도한다는 말은 거짓이다. 선택형 지필평가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목표인 곳에서는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타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다. 배움의 기쁨은 공자님도 말년에서야 터득했다.

수업의 개념에 대해 6년 전부터 '배움 중심 수업', '학생 참여형 수업'이라는 용어가 등장해 교사들을 당황시켰다. '과정 평가'라는 말이 그랬던 것처럼 별종의 수업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연수에 참여했다. 배움이라는 단어를 분석해도, 참여라는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도 수업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다. 이젠 그 용어도 유행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작년의 온라인 수업은 시공간에 변화를 줬을 뿐이다. 블렌디드 러닝은 방법만을 반복해 설명하고 학생과 교사가 갖춰야 할 마음의 자세를 말하지는 않는다.

수업을 위해 교사는 강의를 준비하고 학생은 독서를 해야 한다. 그들이 자신과 세계에 대해 대화를 통해 탐구하는 것이 수업이다. 교과서는 교실에 있을 필요가 없다. 교과서와 참고서는 수업의 장애물이다. 기본 개념은 온라인에서도 들을 수 있다. 온라인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교실에서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교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온라인에서 하겠다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교실 수업에서는 동료의 얼굴을 보거나 교사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로 탐구하는 활동이 전개돼야 한다.

강의와 독서가 사라진 교실에서 학생의 배움이 자라지는 않는다. 동영상만 보거나 학생 혼자서 문제만 푸는 것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 지향하는 활동 모습이 아니다. 독서를 해야 저자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처럼 교사의 강의를 들어야 교사와 대화를 할 수 있다. 독서할 때는 저자 탓을 하지 않으면서 열정적인 강의에서는 교사 탓만 하는 문화도 버려야 한다. 강의 자체를 문제 삼지 말고 대화로 전개되지 않는 강의 방식을 문제 삼아야 한다. 학생의 독서, 그리고 교과서에 의존하지 않는 교사의 강의가 수업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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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피해자 대모에서 소상공인 대변인으로… 수십년 '봉사열정'

[충북일보]울타리밖 청소년과 범죄피해자들의 대모(代母)가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대변인으로 돌아왔다. 지난 14일 청주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으로 임명된 신인숙(58)씨의 얘기다. 신씨는 2018년 NC백화점 청주점(옛 드림플러스) 1층에 '퀸갤러리'라는 프랑스자수·퀼트점을 열어 소상공인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신씨가 처한 장소와 위치는 달라졌지만, 지향점인 '사회를 위한 봉사'는 변하지 않았다. 신씨는 지난 2001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법무부 보호관찰소 특방위원·상담실장을 맡았다. 신씨는 마음의 문을 걸어잠근 울타리밖 청소년들을 만나 빗장을 열고 올바른 사회인으로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했다. 2011년부터는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사법보좌위원을 맡고 있다. 신씨가 소상공인의 벗으로, 대변인으로 설 수 있게 된 것은 범죄피해자 심리치료 활동을 하면서다. 신씨는 "범죄피해자들과 웃고 울면서 상담을 하면서도 딱딱한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의 마음을 치료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며 "제가 할 줄 아는 바느질을 심리 치료에 접목해 '바느질 테라피'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