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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에 수립된 지 20년이 되어 갈 때 '교육과 교육학'이 출간되었다. 그 덕에 교육이 뭐냐고 물으면, '인간행동의 계획적 변화'라고 즉각적으로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1월 28일 저자가 별세했다. 향년 97세의 거목을 추념하며 교육계의 서태지를 불러본다.

반세기 넘도록 불만과 비판이 널브러진 교육에도 개념이라는 것이 있을까? 인성보다 지식을 중시한다고 따지는 사람은, 교육과 종교를 구분하지 않았다. 무용한 것만 가르치기 때문에 졸업 후에 다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지식에서 기술이 파생되고 문예에 기반하여 사업이 확장된다는 사실을 무시했다. 불평등을 더욱 심화하고 있으며 계층 이동 사다리 역할을 포기한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교육부와 기획경제부의 역할을 혼동했다. 상대평가로 줄세우기를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교육감의 권한을 넘어선 문제를 요구했다.

가르쳤어도 인간행동의 변화가 없다면, 교육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능동적으로 변화시키려는 믿음이 있어야 교육이라는 것이다. 교육의 목적을 가치중립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소매치기 능력이라도 차라리 의도된 계획에 따라 획득되면 교육으로 보았다. 변화에 대한 신념이 없어지는 현실과 교육이 없어도 스스로 힘만으로 학습이 진행되는 현실은 누가 봐도 안타깝다.

변화가 있더라도 계획이 없으면, 교육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교육과정이 없는 기관은 없다. 다만 학습자와 지역에 맞게 구성된 교육과정이 있느냐가 문제다. 가르치는 자들이 그것을 체득하고 있느냐는 더 큰 문제이다.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설계에 따라 학습이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면서, 코앞에 온 지방선거 때마다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만이 기승하는 것은 교육의 개념이 부실하다는 뜻이다. 학습자와 지역이 다른 만큼 교육과정이 다르지 않은 현실을 안타까워했으리라.

계획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사회과학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철학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모호하지 않으면서 의미 있게 파악할 수 있는 인간행동을 규정할 수 있어야 교육이다. 그가 말한 인간행동은 교육목적에 가깝다. 시카고 대학의 블룸(Bloom)은 교육목적을 복잡성과 내면화 정도에 따라 분류한 바가 있다. 같은 대학에서 배운 그는 블룸의 인지적 영역을 지식, 사고력, 창의력으로 나누고 정의적 영역은 감정, 태도, 가치관으로 나누었다. 2015 교육과정의 용어로 표현하면 핵심역량이고, 요즘 용어로는 학습자 주도성(student agency)이다. 주도성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단순히 구호로만 외치는 현실도 안타까워했으리라.

출간된 지 30년이 될 즘에 정범모 교수는 창의력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창의력 교육의 제일 중요한 조건이다. 아니면 창의력은 압살될 수밖에 없다." 브레인스토밍 원칙에 기초하여 창의력을 신장시키려는 '계획적인 변화 활동'보다는 '부동의'의 자유를 주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근대국가가 학교를 세운 목적은 학습자의 자유가 아니었다. 현재의 학교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목적을 설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학생에게 '부동의'의 자유를 주지도 않고 인간행동을 계획적으로 변화시키지도 못하면서,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말은 항상 들려왔다. 학교 선택권이 없는 학습자는 베푸는 계획에 온전히 의존하였다. 교육과정이 20년 전과 다르지 않아도, 성장의 변화가 보이지 않더라도, 그리고 학교의 비전이 상식적인 수준이더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답답한 현실을 두고 그분이 남기신 말을 상상해 본다. "19세기에 조직된 학교 제도로 미래 역량을 잉태하려면 학습자의 자유와 계획적 변화에 대한 두 개념이 모순이 없도록 설정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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