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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아들자식 키워봤자 다 소용없어!" 커피를 마시는 옆 테이블에서 들려왔다. 30대 중반의 총각 셋이서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면서 지금까지의 '죄'와 앞으로의 '죄'에 대해 서로 면죄부를 주고 있었다. 아들을 둔 부모들은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두 시간 동안 들고 있던 머그잔을 놓은 후 수학 공부를 마친 작은아들을 데리고 집 앞 미용실로 갔다.

뒷머리를 미용사에게 맡기며 카페에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듣자마자 크게 웃더니 자신의 8남매 이야기를 꺼낸다. 충북 오창 과학단지가 개발되면서 홀어머니가 10억 이상의 보상비를 받았고 세 오빠에게만 전 재산을 물려주었다고 한다. 큰오빠 집에 들를 때마다 눈칫밥을 먹고 있는 구순 어미의 측은한 모습을 보기 힘들어 요양원으로 모셨다고 한다. 그 비용은 딸들이 부담하고 있다. 올케들을 한껏 같이 씹어주고 나서 눈을 뜨고 거울을 보니 작은아들은 자고 있었다.

서구 계몽주의 시대에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이성의 한계를 탐구하던 독일인이 있었다. 공리(功利)만으로는 인간이 행복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무조건적 이성의 명령에 자율적으로 따르는 방법만이 인간답게 사는 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루소의 에밀에만 파묻혀 자신의 사상을 실현할 교육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인도인들이 윤회를 전제로 윤리적 삶을 정당화하듯이, 실천 이성의 무조건적인 법칙을 익히기 위해 영혼의 불멸만을 요청할 뿐이었다.

어릴 적부터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합리적으로 토론을 한다고 하여 타인을 배려하고 天命을 내면화하는 것은 아니다. 단군왕검과 동시대에 살았던 순임금은 孝만이 대동사회를 이룩하는 원천으로 보았다. 그 사회에서는 자기 부모만을 부모로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는다. 1800년이 지나 공맹이 이것을 다시 강조하자 묵자는 차별적이고 허례허식이라며 비판하였다. 그러한 비판은 지금도 존재한다. 우리 민족 고유의 풍류(風流)를 말한 최치원의 말이 옳다면, 홍익인간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분명히 孝를 출발점으로 삼았을 것이다. 묵자나 쾨니히스베르크 독일인은 가족애에 갇힌 이기심만을 보느라 조건 없는 부모 섬김이 타인에 대한 배려로 전이되는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孝는 농경사회에서 사회보장제의 기능을 하였다. 내리사랑에 대한 기억만큼만 의무적으로 봉양하려 한 것도 사실이다. 자식에 대한 자애가 무조건적이었듯이, 내리사랑에 대한 자식의 기억과는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베푸는 행위가 바로 孝이다. 자식으로부터 봉양을 받으려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조건 없는 배려를 체득하도록 의식적으로 孝를 가르쳤다. 가수 박상철이 노래한 것처럼 타인에 대한 배려는 무조건이어야 한다. 무조건의 개념이 없는 불효자는 확실히 어질지 못하다. 위대한 유산을 물려주려는 부모들은 인간답게 살라는 간절한 마음을 孝에 담았다.

3월 말이면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가 학부모 상담주간이다. 교권 못지않게 부모의 권위도 추락하고 있다. 부모에 대한 존경과 권위가 있어야 교권이 살아난다. 상담주간을 통해 자식의 멘토로 담임을 초빙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담임의 교육방식이 자신의 소신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자식의 성장을 바란다면, 비난을 뒤로 미루고 신뢰부터 쌓는 것이 좋겠다.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엄마 품에서 용기와 지혜를 갖춘 효자로 자랐으나 왕국의 위기를 맞아 결단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토로이로 떠나기 전 오디세우스의 부탁을 받은 그의 친구 멘토(Mentor)가 찾아온다. 사부일체가 되어 서로 정직하게 소통한다면, 아테나 여신이 멘토로 변신을 하여 텔레마코스를 가르쳤듯 교사도 신적인 멘토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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