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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먼저 말할 사람이 따로 있다. 그는 현재 KBS 음식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을 이끌고 있다. 22년간 방영된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의 김 회장이었고, 허무개그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최불암이었으며, 차인표와 송승헌의 아버지로 나왔던 드라마에서는 건달이었다. 무엇보다도 살인의 추억 속에 삽입된 수사반장의 주인공이었다. 그는 18년 동안 사랑받는 국민배우 박 반장이었다.

80세가 넘은 박 반장은 아직도 건강하다. 하지만 반장과 함께 범인을 잡던 세 명의 형사들은 이미 고인이 되었다. 세 명 중 막내였던 故 조경환 배우는 현재의 마동석 배우와 같은 이미지였다. 71년에 시작한 드라마 수사반장에서 10년 동안 조 형사로 있다가 1981년 3월 신군부 등장과 함께 인기몰이를 한 청소년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에서는 5학년 담임 허봉수 선생님 역을 맡았다. 많은 국민들이 저녁엔 수사반장을, 평일에는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드라마를 칼라 TV로 동시에 볼 수 있었다. 형사가 교사가 되었으니 호랑이 선생님이라 할 만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내 머릿속의 장면은 단 하나이다. 장군을 아버지로 둔 학생이 등장한다. 그 학생은 대대장도 위엄있는 존재로 여기지 않았다. 그들도 아버지의 부하일 뿐이다. 대위와 대령이 별 앞에서 경례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별인 줄 알았다. 자신의 담임 허 선생도 그 흔한 장교 정도 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 날 허 선생이 장군의 아들 집으로 가정방문을 한다. 장군도 집에 있었다. 교실에서 대장군처럼 행동하는 허 선생이 자기 아버지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꼴을 볼 줄 알았다.

장군과 호랑이가 처음 눈빛이 마주하는 순간 모든 시청자들도 허 선생이 종이호랑이로 변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 현관에 들어온 호랑이를 누가 마중 나왔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사랑방에 세 명이 서 있는 장면에서 장군은 담임을 상석에 앉히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앉았다. 호랑이가 당황하기 전에 장군의 아들이 먼저 당황한다. 호랑이가 별 앞에서 벌벌 떠는 그림이 재현되지 않아서 혼란에 빠진다. 장군과 호랑이의 대화에 섞인 웃음이 거실까지 흘렀다. 장군의 아들은 내내 말을 하지 않았고 고개만을 숙이고 있었다.

국민에게 헬기 사격을 명령하고 정신을 통제하기 위해 언론을 통폐합했던 세력이 '정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이런 장면을 기획했거나 연출을 허락했을 것이라고 추측도 해본다. 퇴임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 순간에 이 장면만이 지워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에게도 물어본다. 여전히 자기 자식만이 잘되기를 바라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부모가 주위에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인가?

부모가 자식 앞에서 그런 것처럼, 교사는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학생 앞에서 배움의 권위로 다가선다. 양육권과 교권이 충돌하지 않은 채 한 인격 속에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미래가 밝아진다. 장군은 아들의 평소 모습을 보면서 배움의 권위마저 존중하지 않을까봐 걱정했을 것이다. 배움을 향한 자식의 자세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기를 소망했기에 자신보다 나이가 많지 않은 담임에게 무릎까지 꿇었다.

5월은 교육의 계절이다. 소중하게 자라야 할 어린이는 어버이를 섬김으로써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의 씨앗을 품고, 스승을 공경함으로써 타인 존중의 열매를 맺는다. 호랑이에게 장군은 민원인이 아니라 동반자였다. 학생 성장은 부모와 교사 존재만이 아니라 그 관계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멀지 않아 우리 아이들이 학부모가 되면, 분명히 교사들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5월은 참 멋진 계절이다. 아파트와 학교 담장에는 붉은 장미가 달려있고, 어른의 가슴에는 카네이션이 달려있다. 아이들 가슴에는 희망을 달아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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