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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우

청주 단재초 교사

짧은 질문을 받았다. "교직은 노동직, 전문직, 성직 중에서 어디에 해당되나요?" 머리가 하얀 임용 면접관이 20대 중반인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지만 반백이 넘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질문이다. 그 질문은 예상 문제 중의 하나였다. 같이 시험을 본 친구들과도 교직이 왜 전문직인지에 대해 논리를 세워두었다. 면접을 마친 발걸음은 가벼웠다. 교육 현장에서 노동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현장에 와보니 정말 교직은 노동직이었다. 그 중요하다는 학교 공개 수업과 운동부 지도는 신규의 몫이었다. 전문적 경력을 요구하지 않았다. 수업을 제대로 했다는 단순한 증거 서류를 일주일 단위로 작성해야 했다. 학생들과 창의적인 수업을 어떻게 전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감사에 필요한 서류를 반드시 갖추는 것이 더 중요했다. 주위 눈치와 자기 검열 때문에 작은 양심마저 쪼그라들었다. 지도서와 교과서를 벗어난 내용과 사고를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도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강조했고 교사에게는 자율성을 강조했다. 내가 소가 되어 웃어주었다.

열린 교육의 광풍이 휘몰아치고 수행평가가 학교에 정착될 즘에 모든 학교에 학습센터로서의 도서실이 마련됐다. 교과서를 벗어난 자료를 정보통신과 연결해 학생 중심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시설도 들어섰다. 학생들끼리 협동하면서 통합된 주제를 학습하는 것이 주류가 되어 갔다. 지금 유행하는 학습자 중심성(student agency)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교사가 수업을 주도하면서 학생 중심의 학습을 하라는 모순을 극복할 만큼 교사는 전문적이지 않았다. 강의식으로 하지 말고 토론식으로 하라고 지시가 내려왔지만, 지식을 이해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학생의 사고를 확장시킬 만큼 교사는 학습하지 않았다.

교직의 전문성은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의식되었다. 학교장만이 가지고 있던 자율성이 교사에게도 주어졌지만, 교과서보다는 성취기준을 가르치라는 말을 납득하지 못했다. 2009 교육과정에서 다루었던 성취기준이 너무 많아 '핵심 성취기준'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져 교사에게 제시되었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2015 교육과정으로 바뀌었다. 던져진 자율성은 전문성으로 빨리 전이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 운동에 헌신한 사람들은 교직의 전문성을 강하게 믿고 있었고 현실 속에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교실에서 학생이 학습을 하는 것 못지않게 교사도 학습을 하는 공동체를 꿈꿨다. 이것이 이른바 '전문적 학습 공동체'다. 업무지원팀이 별도로 꾸려지면 이 위대한 공동체 안에서 교사가 모든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하기를 소망했다.

전문적 학습 공동체는 생각보다 더디게 발전했다. 누가 봐도 비전문적인 것도 '전문적 학습'이라는 미명으로 불렸다. 코로나 탓만은 아니다. 교육청이 예산 지원을 덜한 탓도 아니다. 내부자 비판의식을 내리 누리는 침묵이 깊어지고, 아무런 성장도 보장하지 않는 위로만을 서로 건네고 있다. 왜 그런가? 학생들에게는 학습 공동체를 꾸리게 하면서 왜 교사의 학습 공동체는 볼품이 없는가? 교직의 전문성을 흩뜨리는 편견이 오래전부터 싹트고 있었다. 교직도 부정적인 의미의 서비스직이라는 것이다. 전화 상담원이나 대형 마트 판매원과 다를 바 없는 감정 노동자라는 인식이 교권이 추락하는 만큼 자라고 있었다.

"아빠! 신부님이나 스님은 성직자라고 하는데 다른 직업 중에는 그런 이름을 붙일 수 없나요?" 신(神)이나 불(佛)을 입으로 부른다고 거룩한 것이 아니다. 사람을 섬기는 자가 섬김을 받는다고 했다. 부모를 섬길 수 있는 자가 모든 사람을 섬길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을 섬기는 성직이 되지 않고서는 전문성도 참된 노동도 교사와는 관계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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