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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영

세명대 교양과정부 조교수

8월도 어느새 막바지에 이르렀다. 여전한 무더위에 선선한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여름이 가는 것이 아쉽기도 하다. 여름이 끝나가는 것이 아쉬운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한참이 지나야 다시 맞이할 수 있는 여름 휴가 때문인 것 같다. 장마나 태풍 같은 날씨가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성수기에 꼭 휴가를 가야할까? 하는 망설임이 들 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휴가를 계획하며 기다린다. 한여름의 휴양지에서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있거나 평소에 하지 못했던 좋아하는 취미활동에 몰두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 혹은 마음이 맞는 사람과 낯선 여행지를 거니는 장면을 떠올려보는 것은 일상의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견뎌내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잠시나마 해야 할 일을 내려놓고 '그냥 놀 수 있는' 휴가는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시간인 것 같다.

우리는 어린 아이들이 놀이하는 것만 '놀이'라고 여기곤 한다. 그러나 놀이는 아이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호이징아(J. Huizinga, 1872-1945)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호모 루덴스(Homo Ludense)'의 개념을 소개하며, 인간의 중요한 본질은 '놀이'라고 제안했다. 즉, 놀이는 인간의 본성으로, 어린 아이만 하는 것도 아니고 성인이 시간이 남아돌 때 하는 하찮은 활동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가벼운 마음으로 놀이를 즐기고 언제든 자유롭게 놀이를 그만 둘 수 있지만, 인간은 놀이할 때 총체적으로 몰입하는 존재가 되어 비로소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호모 루덴스는 효용성, 생산성, 노동의 가치에 밀려 평가절하되어왔던 놀이를 관심의 중심으로 가져온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렇다면 놀이는 무엇일까? 우선 놀이는 그 자체가 목적이며 과정 지향적인 행위이다. 특정한 목표가 있더라도 그 목적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긴다면 놀이가 될 수 있다. 외부의 압력이 작용하는 일과 달리 놀이에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또한 놀이에는 즐거움이 따른다. 놀이는 다양한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정서는 즐거움이다. 놀이를 하면서 경험하는 즐거움과 재미는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아마도 놀이에 빠져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놀이는 융통성을 갖는다. 놀이를 통해 어느 정도는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비현실성은 특히 아이들의 놀이에서 두드러진다. 마지막으로 놀이는 그 자체로 치유적 힘을 갖고 있다. 이완과 몰입, 즐거움과 재미라는 긍정적 정서는 심신의 안정과 회복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

남들 다 가는 휴가철이 아니어도 좋을 것 같다. 조금은 일찍 퇴근한 저녁 시간이나 주말을 활용해서라도 우리는 놀 수 있다. 혼자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운동을 즐기는 것, 평소 시간이 없어 가지 못했던 곳에 가보는 것이나 창조성을 발휘하여 요리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무엇인가를 이루어내겠다는 특별한 목적을 염두에 두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선택하여 즐기며 몰입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 모든 활동은 놀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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