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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2.14 16:16:43
  • 최종수정2023.02.14 16:16:43

윤진영

세명대 교양과정부 조교수

내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공통된 바람일 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를 건강하고 똑똑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헌신하며 다방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것이 최선일까? 정답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시대와 문화, 또는 개인이 처한 현실에 따라 양육관이나 교육관은 달라지고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알아야 하고 갖추어야 할 것은 많겠지만, 아마도 그 시작점은 '내 아이의 타고난 성향을 잘 이해하는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각 개인의 타고난 성향을 기질이라고 말한다. 기질은 생물학적 기초 및 유전적 요소를 갖는 타고난 반응 경향성으로, 시간이나 상황에 걸쳐 비교적인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개인적 특성을 일컫는다. 갓 태어난 아기들이 모여있는 신생아실에서 우리는 다양한 기질을 접할 수 있다. 어떤 아기들은 아주 작은 움직임이나 온도 변화도 민감하게 알아채고 큰 울음으로 반응하는가 하면, 배가 고프거나 옆자리의 아기가 아무리 큰 소리로 울어도 별다른 반응 없이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아기가 있다. 환경적인 영향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로 타고난 기질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기질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자극에 대해서도 다른 정서를 느끼고 또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타고난 성향대로만 사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부모의 양육방식과 성장하면서 경험하는 환경에 의해 또는 자신의 노력에 의해 기질이 표현되는 범위나 방식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타고난 기질에 부모의 양육이나 환경적 영향이 덧붙여져 형성된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우리는 성격이라고 지칭한다.

타고나길 거북이처럼 속도가 느리거나, 작은 위협에도 쉽게 겁을 내며 가시를 세우는 고슴도치 같은 아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한 번 화가 나면 주변을 압도하는 사자 같은 아이도 있는가 하면, 얼룩말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아이도 있을 수 있다. 심리학자들은 기질 자체에는 좋고 나쁨이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느냐에 따라 기질의 발현은 달라질 수 있고,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믿음을 갖고 기다려준다면, 아이는 조금 늦더라도 끝까지 완주해낼 수 있을 것이고 까칠한 아이는 자신의 성향을 잘 살려 섬세하면서도 신중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감정과 행동을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수만 있다면, 다소 과격한 아이는 용감하고 리더쉽이 강한 아이로, 활동적인 아이는 대담하고 열정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무시한 채 부모가 바라는 대로 혹은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모습대로만 아이를 키우려고 한다면, 아이는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지 못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또 부모와 같은 중요한 사람들에게 그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존중받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경험이며, 삶의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힘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이것은 단지 아이들만을 위한 생각할거리는 아닌 듯 싶기도 하다. 우리 어른들도 때로는 나의 본성을 잘 인식하고 실현하고 있는지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다. 성공하기 위해,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기 위해 또는 사회생활을 잘 해내기 위해 가면과도 같은 것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별한 이유 없이 주변 사람들과 자꾸 부딪친다면 혹은 일상이 부쩍 무기력하고 힘겹게 느껴진다면, 혹시 진짜 내 얼굴을 잊고 있거나 감추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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