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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영

세명대 교양과정부 조교수

노키즈존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찬반 입장이 팽팽함에도 노키즈존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키즈존은 왜 생겨난 것일까? 과거에 비해 아이들이 너무 제멋대로인 탓일까? 아니면 어른들이 너무 옹졸해져서 더 이상 아이다움을 이해하지 못해서일까?

한 번 기분이 나빠지면 주변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정도로 화를 내고, 특히 엄마에 대한 반항이 극심하다는 이유로 상담실을 찾은 아동이 있었다. 유치원에서는 또래와의 다툼이 잦고 산만함이 지나쳐 선생님께 혼나는 날이 많았고, 집에서는 조금이라도 훈계를 하려 들면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내던진다고 했다.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으면 한밤중에라도 마트에 가야 했고,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길거리에 드러누워 발버둥을 쳐댔으며 한 번 드러누우면 트럭이 와도 꼼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겨우 7세였지만, 엄마는 가끔 아이가 무섭게 느껴질 정도라고 했다. 엄마는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웠음에도 아이가 여기저기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며 속상해했다. 늦은 나이에 어렵게 얻은 아들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극진했다. 엄마는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었다. 유기농 식자재로 아이만을 위한 음식을 해먹이고, 집안을 장난감으로 가득 채웠으며, 수백 권의 동화책을 읽어주었다고 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었고, 비싼 교육비를 들여 유명하다는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었다. 좋은 환경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이 아이에게 무엇이 문제였을까? 아마도 이 아이는 자기통제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자기통제란 정서나 행동을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으로, 유혹을 떨쳐내고 충동을 억제하며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즉각적인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과 관련된다. 자기통제의 초기 형태는 주로 안전과 관련되거나 친구들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전자를 만져보고 싶지만 "뜨거워. 만지면 안돼."라는 엄마의 말에 호기심을 억누르고, 장난감을 갖고 싶지만 "다른 사람의 장난감을 빼앗으면 안돼."라는 선생님의 말에 친구가 줄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이 세상에는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고, 자신의 원하는 대로 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더 바람직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를 통제하는 방법을 배워나가게 된다. 자기통제력은 연령의 증가와 함께 서서히 발달한다. 아주 어릴 때는 어른이 행동을 규제하고 한계를 설정해주어야 하지만, 점차 어른의 규칙을 내면화하면서 일정 연령이 되면 직접적인 지시 없이도 어느 정도는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자기통제력에서의 개인차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자기통제력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양육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즉, 따뜻하고 애정적이지만 동시에 제한설정이 명확한 훈육방식이 핵심인 것이다. 부모는 분명한 행동의 기준을 갖고, 이 기준을 아이에게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규칙은 합리적이어야 하며, 충분한 대화와 설명을 통해 아이가 규칙을 지켜야만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아이가 규칙이나 제한을 어겼을 때는 그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부모의 태도를 권위 있는(authoritative) 양육방식이라고 한다.

자녀가 너무 귀하고 사랑스러워 무작정 애정만을 쏟는다고 해서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애정과 적절한 통제를 함께 제공해줄 때, 즉 부모에게 따뜻함과 엄격함이 공존할 때, 자녀는 자율적이면서 예의 바른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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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5.장부식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

[충북일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 시장에 '콜라겐'이라는 이름 조차 생소하던 시절 장부식(60) 씨엔에이바이오텍㈜ 대표는 콜라겐에 푹 빠져버렸다. 장 대표가 처음 콜라겐을 접하게 된 건 첫 직장이었던 경기화학의 신사업 파견을 통해서였다. 국내에 생소한 사업분야였던 만큼 일본의 선진기업에 방문하게 된 장 대표는 콜라겐 제조과정을 보고 '푹 빠져버렸다'고 이야기한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에게 해당 분야의 첨단 기술이자 생명공학이 접목된 콜라겐 기술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분야였다. 회사에 기술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일주일에 5건 이상 작성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던 장 대표는 "당시 선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 기업으로 선진 견학을 갔다. 정작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장 견학만 하루에 한 번 시켜주고 일본어로만 이야기하니 잘 알아듣기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견학 때 눈으로 감각적인 치수로 재고 기억해 화장실에 앉아서 그 기억을 다시 복기했다"며 "나갈 때 짐 검사로 뺏길까봐 원문을 모두 쪼개서 가져왔다"고 회상했다. 어렵게 가져온 만큼 성과는 성공적이었다. 견학 다녀온 지 2~3개월만에 기존 한 달 생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