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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석

금왕 서울마취통증의학과 원장

어렸을 적 아파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반상회를 했었다. 어머니가 반상회에 다녀오실 때마다 집안 식단의 테마가 달라졌었다. 매일 계란을 하나씩만 먹어야 한다고 했다가 그 다음 달에는 세 개는 먹어야한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달부터는 생 계란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가 또 어느 달부터 갑자기 계란은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버터 대신 마가린으로 다 바꿨다가 다시 버터로 다 바꾼다. 그 아파트 반상회에 참가하는 사람 중에 의사는 없었다. 의학적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 간에 건강에 대한 토의를 하다 보니 발생한 혼란이었을 것이다.

통증분야의 진료를 하다보면 세상에 얼마나 많은 낭설들이 돌아다니고 있는지 알게 된다. 실제 의학적 사실이 조금 왜곡된 수준의 잘못된 정보부터 시작해서 전혀 의학적 사실과 다른 미신들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말도 안 되는 정보들이 사실인 것처럼 돌아다닌다. 물론 의사들조차도 전문분야가 아닌 영역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마당에 의사가 아닌 사람이 잘못된 의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믿음이 전문의의 말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는 것이다. 진료 중 환자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설명을 하게 마련이다. 대부분은 이 과정에서 오해가 풀리게 된다. 그런데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 중 일부는 오래도록 믿어왔던 민간의료지식이나 민간요법을 전문의의 말보다 신뢰하기도 한다. 보통 '내 병은 내가 잘 안다.' 라고 하신다. 이렇게 잘못된 의학 지식을 가지고 있는 환자 중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전문의의 말보다 더 신뢰하는 분들을 마주하게 되면 정상적인 치료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있다. 오랫동안 믿어왔던 잘못된 의학 지식이 거의 사이비 종교처럼 맹목적이 되어서 그게 아니라고 설명을 해줘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런 경우 대부분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부정확한, 홍보성 정보들 때문이었다. 인터넷에 찾아보고 와서 오히려 더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터넷에 '허리 디스크', '무릎 통증' 등을 검색해본 날 엄청난 충격을 받았었다. 그곳은 온갖 유사의학이 각자의 방법이 옳다고 주장하는 거짓정보의 온상이었다. 만성 통증이나 말기 암처럼 치료가 어려운 병일수록 미신에 가까운 치료법들이 들끓지만, 명확히 원인과 치료법이 밝혀져 있는 질환들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유사의학 홍보용 정보들이 많다. 더 나아가 도리어 현대 의학이 거짓이고 자신들의 유사의학이 진실이라는 주장까지 한다. 물론 현대 의학에서도 치료법을 모르는 병에 대해서는 유사의학에 매달리지 말라고 주장할 생각이 없다. 아직 현대 의학에서도 모르는 분야를 놓고 어떻게 다른 방법은 틀렸다고 주장하겠는가. 다만 현대 의학에서 명확히 원인과 치료법을 알고 있는 질환에 대해서도 근거도 없이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이 난무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도대체 그 가운데 신뢰할만한 정보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인터넷 포탈 검색에 나오는 블로그나 카페글이 아니라 실제 논문을 검색해보면 된다. 허나 논문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의사가 아닌 이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대다수 전문의들은 항상 그러한 논문을 검색해서 읽고 있다. 최신지견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계속 공부한다. 그러니 인터넷 낭설보다는 전문의의 말을 듣는 것이 쉽고 간편하며 또 옳다고 본다.

스스로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이나 가족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에 경중이 없을 것이다. 건강을 대함에 있어 모두가 의사는 아니지만 의사와 같은 마음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다만 실제 의학적 지식에 있어서는 부정확한 지식보다는 전문의의 말을 우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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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